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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S "AI·바이오 사업으로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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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 나선 정기로 회장

반도체 장비·디스플레이가 주력
유전체 분석 등 신사업 속도
"연내 흑자…2030년 매출 3兆"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제조하는 AP시스템은 19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위원이던 정기로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온 정 회장은 줄곧 반도체 장비 제어 분야를 연구하다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7년에 나온 ‘이지클러스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장비를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선 처음 개발됐다. 개인용 컴퓨터(PC)로 치면 운영체제(OS) 역할을 한다. 첫 고객사는 주성엔지니어링이었고 원익IPS, 유진테크, 세메스 등 대부분의 장비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쓴다.
◇AI 등 신사업에 투자

반도체 소프트웨어(SW)로 시작한 AP시스템이 처음 도전한 건 하드웨어인 반도체 장비다. AP시스템이 만든 레이저 어닐링 장비(ELA)는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판매돼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90%(시장조사기관 DSCC)로 1위다. ELA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해상도를 높이는 저온실리콘(LTPS) 결정화 공정에 필요한 핵심 디스플레이 장비다.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등 하드웨어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라며 “ELA 세계 1위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AP시스템 지주사인 APS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정 회장은 “디스플레이 장비로 1차 도약을 이뤘다면 이젠 지주사 전환 이후 2차 도약이 필요한 시기”라며 “올해는 지주사가 사업 회사로서 흑자를 내기 위해 새로운 성장 사업을 과감히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 연구개발(R&D)이 필요한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은 계열사들이 꾸준히 이어가되 지주사는 인공지능(AI), 미용의료 기기, 유전체 분석 등 신규 사업으로 이익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APS의 연결 종속회사로는 레이저 미용의료 기기를 만드는 비손메디칼, 반도체 정전척(ESC) 제조사 제니스월드, 반도체 부품 절단 장비 회사 에스알이 있다. 계열사로는 AP시스템, 디이엔티, 넥스틴, 코닉오토메이션, APS리서치, 아스텔 등이 있다.
◇K뷰티 업고 해외 공략
지난 몇 년간 APS가 적자를 낸 것은 지속적인 투자로 인한 것이다. 이 회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 소재인 파인메탈마스크(FMM)에 계속 투자했지만 시장이 더디게 열려 매출을 내지는 못했다. 또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신규 사업에 지분 투자를 해왔다. 블루타일랩(10.6%), 소프트온넷(9.09%), 메디사피엔스(9.01%)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 개발 등 R&D 투자로 커온 1차 도약기와 달리 이젠 적극적 인수합병(M&A)으로 신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정 회장은 “AI, 방산, 뷰티, 실버 등 성장성이 높은 산업군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정 회장은 남미 시장 공략도 서두르고 있다. 비손메디칼이 만든 레이저 미용의료 기기는 브라질에서 의료 인증을 받은 데다 판매망도 갖췄다. 정 회장은 “레이저 미용의료 기기뿐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비전검사(블루타일랩), 보안 검색 자동 판독 시스템(소프트온넷), 유전체 분석(메디사피엔스)도 성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70여 개국에 진출한 데다 올해 브라질, 이란 등에 수출하면 연 매출 14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8000억원이던 그룹 매출을 2030년 3조원까지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화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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