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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좁아진 청년 취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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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경제부 기자

청년 고용이 심상치 않다. “취업이 힘들다”는 얘기는 세대를 막론하고 늘 나오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경기가 고용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그간 비판해왔던 ‘직접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청년 고용한파 심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1만8000명 감소했다. 전체 취업자 수가 늘었지만 청년층은 줄었다. 고용률은 1.5%포인트 하락한 44.8%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고용률 하락폭은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크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16.4%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오르면서 2021년 2월 3.7%포인트 상승 이후 3년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뛰었다.

체감실업률은 일하고 있지만 근무 시간을 늘리고 싶거나, 구직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일할 수 있는 청년 등을 포함한다. 지표 자체는 2021년 1월 27.2%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작년 12월부터 반등이 시작됐고, 지난달 상승폭이 커졌다.

청년 고용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경기가 부진한 탓이 크다. 작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 증가한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2분기 -0.2% 역성장에 이어 3분기와 4분기에는 0.1% 성장에 그쳤다. 고용은 경기의 후행지표인 만큼 악화한 경기가 시차를 두고 고용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력직을 우대하는 채용 환경이 20대 청년의 고용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비경력자의 상용직 취업확률(실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한 달 이내에 상용직에 취업한 비율)은 2021년 1.4%로 경력자(2.7%)의 절반에 그쳤다.

2010년만 해도 두 집단의 취업확률은 각각 2.4%와 2.7%로 격차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게 되면서 비경력자만 취업확률이 1%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력자 선호 현상은 첫 취업 연령을 30대 이후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가 경력직 선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런 20대 취업난이 이들의 평생소득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 생애 총 취업기간은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급여 감소로 직결된다. 사회초년생이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 기대할 수 있는 평생소득의 현재가치(연 5% 이자율로 할인)는 기존 3억9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13.4% 감소한다.

일자리 시장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뚜렷한 이유 없이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통계가 청년층에서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증가해 43만4000명을 기록했다.
청년 고려한 정년연장 필요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정년 연장 목소리는 우려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 인력을 활용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현재 임금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같은 파이를 두고 청년과 고령층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력이 아니라 실제 직무에 따라 급여를 정하는 직무급제 도입, 퇴직 후 재고용 등 고용유연화 장치 마련 등이 선행된 뒤 정년 연장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졸속 추진된 임금피크제가 고령층 노동력 확보에도, 청년층 취업 확대에도, 기업의 비용 절감에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신문 - 2025.02.1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