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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6시께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의 오프프라이스(off-price) 스토어. 매장 안에는 엄마와 딸부터 연인, 친구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분주히 쇼핑을 즐기고 있다. 모두 매장 곳곳에 붙은 ‘30~80% off’ 광고판을 보고 찾아온 이들이다. 이 매장 상품들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으로, 30~80% 할인 판매 중이다.
매장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20대 여성 최모 씨는 “폴로 니트 두 장을 31만원에 득템했다”며 “겨울이 다 가긴 했지만 싸게 사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가 산 폴로 랄프로렌 제품의 정가는 한 벌에 20만원도 넘는다. 최 씨는 “인터넷에 더 싼 것도 있긴 하지만 정품이 맞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정품이라고 해도 해외직구 배송료가 붙으면 더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재고 상품을 아웃렛(아울렛)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로 사람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철 지난 이월 상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 관심이 뜨겁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백화점들도 이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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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인 팩토리스토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인 오프웍스도 지난해 30%의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이랜드리테일의 팩토리아울렛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3배가량 늘었다. 2024년 백화점의 소매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더 저렴한 쇼핑 장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겨울 옷을 사기 위해 매장에 들른 30대 여성 직장인 신모 씨는 “세 달에 한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오는 편”이라며 “일반 매장에서 사면 가격이 비싸서 많이 망설여지는데 여기서는 비교적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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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앞두고 쇼핑하러 온 20살 여성 박모 씨는 “좋아하는 브랜드가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둘러보다가 값 싼 제품을 찾았을 때 짜릿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 이랜드 팩토리아울렛 광명점의 경우 2030 신규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70% 급증했다. 매장 방문객도 20대 비율이 70% 증가하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아미, 메종키츠네, 스톤아일랜드, 폴로 랄프로렌 등 2030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의 경우 사고 싶어도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들이 선호하는 해외 컨템포러리(준명품) 브랜드를 많이 들여와 구매로 이어지게 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