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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치 하락에도 환율은 덜 내려…고민 커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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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계엄 前 수준인데,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

달러화지수 영향만 고려한다면
환율 1400원대 초반 수준이지만
정국 불안·성장 부진 등 여파로
원화 30원 이상 높은 상태 지속

한은, 금리 인하 가능성 높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여전히 큰 부담

미국 경제의 ‘나홀로 호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 우려로 급등한 달러화 가치가 최근 지난해 12월 초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당시보다 30원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성장 잠재력 저하 우려가 외환시장을 짓누르는 모양새다. 이에 오는 25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불안정한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어서다.
◇환율 1430원대 진입 실패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거래일보다 1원80전 내린 1441원7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2원50전 내린 1441원으로 출발해 장중 1438~1439원에서 주로 움직였지만 장 막판 소폭 상승해 1430원대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건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4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9% 줄어든 것으로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4월 1일까지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 전쟁 변수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기로 한 점도 달러 약세에 기여했다.
◇정치 불안에 덜 내린 원화
문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한 만큼 원·달러 환율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화지수는 지난 14일 106.785포인트였다.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지난해 12월 2일 106.383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다소 안정됐다. 작년 12월 30일 1472원50전까지 올랐던 환율이 최근 1440원대로 30원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비상계엄 직전인 12월 2일 1401원70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40원 정도 높다. 달러화지수 상승(0.38%)을 고려하더라도 1406원 부근에 있어야 하지만 35원 이상 높은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당 1470원 환율을 기준으로 “약 50원이 달러 가치 변동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30원가량이 정치 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화지수 추세와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정치 불안의 환율 영향에 관한 이 같은 한은의 판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재판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번 반영된 정치 불안 요인이 원화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 깊어지는 한은
환율이 충분히 내려오지 않자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연다. 연 3.0%인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가 그 자체로 외환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미국과의 금리 차보다는 달러인덱스 방향에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의 고환율이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결정의 핵심 요인인 양국 간 펀더멘털 격차가 원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성장을 회복하면 환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2.1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