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거래일보다 1원80전 내린 1441원7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2원50전 내린 1441원으로 출발해 장중 1438~1439원에서 주로 움직였지만 장 막판 소폭 상승해 1430원대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건 미국 경기에 대한 판단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4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9% 줄어든 것으로 나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에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4월 1일까지 유예하기로 하면서 관세 전쟁 변수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만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나서기로 한 점도 달러 약세에 기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당 1470원 환율을 기준으로 “약 50원이 달러 가치 변동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30원가량이 정치 불안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달러화지수 추세와 현재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고려하면 정치 불안의 환율 영향에 관한 이 같은 한은의 판단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재판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번 반영된 정치 불안 요인이 원화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가 그 자체로 외환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미국과의 금리 차보다는 달러인덱스 방향에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의 고환율이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결정의 핵심 요인인 양국 간 펀더멘털 격차가 원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성장을 회복하면 환율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