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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인텔마저 삼켜버린 AI 태풍…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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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의 상징 인텔이 둘로 쪼개져 매각될 수 있다고 한다. 대만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을,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칩 설계 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인텔 매각설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작년 9월 스마트폰 칩 제조업체 퀄컴이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시에도 ‘반도체 제왕의 수모’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 분리 매각은 더 굴욕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둘로 나눠질 수 있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 한 일”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 인텔 공장의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더 충격적이다. 일본이 입안의 혀처럼 굴어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1968년 창립된 인텔은 회사 자체가 세계 반도체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위대한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시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변했다. 2005년 엔비디아 인수, 2017~2018년 챗GPT 개발사 오픈AI 지분(15%) 투자 등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도 뼈아프다. 마케팅 전문가, 재무통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후과도 컸다. 결국 독보적이라던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AMD에 잠식당하고, 스마트폰 모바일 칩 개발은 퀄컴에 밀렸다.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는 법적 제약 등으로 쉽지 않겠지만, 기술 제휴를 통한 위탁운영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인텔을 살리면서 첨단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TSMC는 부족한 생산 여력을 확충하는 윈윈이 될 수 있다. 반면 TSMC 추격에 애를 태우는 삼성전자는 더욱 고단한 처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50여 년간 최고 기업으로 군림한 인텔의 갑작스러운 퇴조를 보면서 AI 시대에 우리 기업들의 생존에 대한 위기감도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가 단위의 거대 AI 플랫폼이 없고 AI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이나 킬러 콘텐츠 개발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이 각축하는 전쟁터에서 한발 삐긋하면 바로 나락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우리 모두 직시해야 할 때다

오늘의 신문 - 2025.02.22(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