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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가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시장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면적 196.8㎡는 이달 89억5000만원(8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8월 기록한 이전 최고가 83억원(6층) 대비 6억5000만원 높은 액수다. '현대1차' 전용 131㎡도 지난달 60억5000만원(8층)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인 지난해 10월 54억9000만원(11층)에서 석달 만에 5억6000만원 올랐다.
압구정동 '한양4차'도 전용 208㎡가 지난달 77억원(10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가인 지난해 8월 71억원(2층)에서 6억원 치솟았다. 같은 달 인근 '한양1차'도 전용 78㎡가 41억6000만원(4층)에, '현대7차'는 전용 144㎡가 67억원(10층)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대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최고 입지로 꼽히는 압구정동으로 '똘똘한 한채'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지난해 2·4·5구역에 이어 지난달 강남구가 서울시에 압구정 3구역 정비계획안을 결정 요청하면서 압구정 모든 구역이 정비계획 결정 요청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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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계획 결정 요청은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첫걸음으로, 도시계획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을 확정하게 된다. 가장 속도가 빠른 2구역은 올해 상반기 내에 최종 정비계획 결정 고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도 가능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10년 보유, 5년 거주 조건을 충족한 1가구 1주택 매물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다만 조합 설립 이후 3년 안에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데, 압구정 2~5구역은 지난해 조합설립인가 3년차를 맞으면서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됐다.
호재만 있던 것은 아니다. 인근 청담동을 비롯해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등이 지난 12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지만, 압구정동은 투기 수요가 상당하다는 판단에 규제 대상으로 남았다. 토허구역 아파트를 매수하려면 2년 실거주해야 하기에 매수 직후 전세를 놓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내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실수요자만 접근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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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 개업중개사는 "토허구역 해제를 기대하다 발표 뒤 나온 매물이 일부 있다"면서도 "대부분 재건축을 기다리기 어려운 고령 집주인들이 규제 해제를 기대했던 경우"라고 귀띔했다.
이 중개사는 "매도에 나선 고령의 집주인들도 집값 상승을 예상하지만, 아파트를 미리 처분하지 않았다가 혹여 자녀들이 상속을 두고 불화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한다"며 "어차피 시장에 나올 매물이 규제로 인해 늦춰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 다른 개업중개사도 "압구정은 입지를 거론할 필요도 없는 대한민국 최상급지"라며 "워낙 인기가 많아 토허구역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집주인이 많았다. 별다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를 감수하겠다는 40대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며 "80, 90대 집주인이 나가고 젊은 집주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개그우먼 김숙도 압구정동 아파트 매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숙은 최근 MBC '구해줘! 홈즈'에서 압구정 현대아파트 매물을 둘러보며 "여기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세 번 정도 부동산 갔다가 못 산 곳"이라고 공개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현장에서 집주인이 가격을 올린 탓이다. 김숙은 "20대 때 아파트 사러 왔다가 너무 비싸서 못 샀고, 돈 벌어서 다시 왔는데 또 못 샀다"며 "집주인이 갑자기 올렸다며 그 자리에서 매매가를 5000만원, 1억원씩 올리더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