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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배움이 아름다운 노후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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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나이가 들며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퇴직으로 동료나 상사, 부하라는 관계가 사라지고, 아이들도 모두 성장해 독립했으니 옆에 없다. 친구들도 세월의 길이만큼 각자 자기 삶을 사느라 자주 만날 수 없다. 다행히 배우자라도 옆에 있으면 참으로 고맙다. 결국 남는 건 나 자신 뿐이다. 그러니 나 자신과 잘 놀지 않으면 진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젊을 때는 혼자 노는 것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직장이 있고, 자식이 있고, 친구가 있고, 배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 옆에는 누가 있는가? 아마 반려견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들도 없다면 혼자 덩그러니 외로움을 곱씹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조건 없는 배움이 좋은 대안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놈의 점수를 올리려고 밤새워 공부한 추억도 있다. 입학시험을 위해, 입사를 위해, 승진을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책을 달달 외우는 벼락치기도 해봤다. 그것도 공부의 하나지만,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전쟁이었다. 입시전쟁, 입사전쟁, 승진전쟁, 시험전쟁 등. 시험을 위해 하는 공부는 목적이 있는 배움이었다. 목적이 있는 배움은 그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더 이상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조건이 없는 배움은 기쁨이 있다. 즐거움이 있다. 그냥 신나게 놀이 하듯 공부할 수 있다. 조건 없는 배움으로 혼자 놀며, 혼자 공부하고, 혼자 책보고, 혼자 동영상 보며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

조건 없는 배움의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고전적인 것은 ‘책을 통한 배움’이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한 배움’도 많아졌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인 chat GPT, 하이퍼클로바X, bard, bing, askup 등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AI를 통한 배움’도 새로운 방식이다. 책을 통하든, 유튜브를 통하든, 생성형 AI를 통하든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언제든, 어떤 분야든 배우고 싶은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다. 배움의 본능에서 물질욕, 식욕, 수면욕, 성욕, 명예욕보다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 동물은 식욕, 성욕, 수면욕이라는 본능에 충실하면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인간은 거기에 명예욕과 배움에 대한 본능이 있어 다른 동물과 차이가 발생한다.

첫째, 책을 통한 배움의 방법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전통적이다. 글자로 인쇄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에는 내가 알고 싶은 대부분의 정보가 활자화돼 있다. 그 활자를 읽으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지식을 늘리기도 하고, 책의 저자와 깊은 대화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사라진다. 책 내용 중에 나중에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한 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감동받은 내용은 기억의 저편 또는 뇌의 어느 부분에 저장돼 있다. 그것이 나중에 입을 통해 나오기도 하고, 어느 순간 기억나기도 한다. 그러니 책은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필요하면 한 권을 여러 번 읽은 것도 좋다. 속독과 정독을 번갈아가며 해도 좋고, 밑줄을 치며 읽어도 좋다. 그냥 눈으로만 읽어도 된다.

수많은 책을 다 사서 읽을 수는 없으므로 도서관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시원한 서점에서 죽치고 앉아 원하는 책을 읽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대형 서점에 가면 수천, 수만, 수십만 종의 책이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나씩 제목만 보고 지나가도 하루 종일 걸린다. 개가식 도서관에서 분류된 책 제목을 눈으로 훑는것도 권장할만하다. 대형 서점에서와 마찬가지로 속 내용을 보지 않고 제목만 읽어도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발견했으면, 구입하거나 또는 빌려서 안에 있는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필자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 눈으로 보기도 하지만, 음성으로 듣기도 하므로 지루하지 않다. 물론 종이책과 달리 책을 넘기며, 밑줄을 치는 재미는 없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든, 무슨 책이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평창에서 서울 가는 기차 안에서 많이 보게 되는데, 지하철이나 산책하면서도 책을 보거나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도서관은 멀리 있어서 자주 못 가지만, 대형 서점은 서울에 가는 기회가 있으면 한 번씩 들러 신간코너를 돌아본다. 특정 분야를 보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서가를 둘러보고 특별히 끌리는 책이 있으면 사기도 한다.

둘째, 유튜브를 통한 배움의 방법은 누구나 가능하다. 동영상을 보며 귀로 들을 수 있는 유튜브 방송은 이제 어떤 분야이든 전문가가 나서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준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구독자가 늘어나거나,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큰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수천만 원, 수억을 버는 유명 유튜버도 등장했다. 유명 유튜버가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지식,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초보자부터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까지 유튜브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TV는 내가 보기 싫더라도 억지로 봐야하지만, 유튜브는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고, 나중에 다시 보기를 해도 되고, 이어서 보기를 해도 되니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TV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내가 필요한 방송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필요한 경우 생방송에 참여할 수도 있어 가히 유튜브 천국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방송인지, 나쁜 방송인지를 분간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유튜브를 통한 배움은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광고를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필요하다면 유료로 결제하고 배움을 계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하나, 유튜브에 중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알고리즘 자체가 비슷한 방송을 먼저 보여주는 형식이므로 빠져들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유튜브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필요한 방송만 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시청을 중단해야 한다.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야 한다. 중독의 피해는 심각해서 밤에 잠을 잘 때도 유튜브 방송을 틀어놓고 선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들어맞는다.

셋째, 생성형 AI를 통한 배움의 방법이 새로 등장했다. 2012년 공개된 챗GPT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할수록 기계가 갖지 못한 인간 고유의 창의력과 통찰력을 기계가 대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플랫폼 회사에서 이러한 생성형 AI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머지않아 생성형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작곡하고, 계획서도 만들고, 스케줄도 짜고, 비서 역할도 하면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둑이라고 한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저작을 모두 읽었고, 노벨상 수상작도 모두 읽었으며, 모든 종교 문헌과 역사적 해석도 읽었다. 또한 가장 위대한 노래와 시도 모두 알고 있다. 인공지능이 현대 지식노동자 중 일정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생성형 AI인 chat GPT, 하이퍼클로바X, bard, bing, askup 등을 활용해 조건 없는 배움이 가능하다. 어떤 질문이든 입력하면 AI가 수초 만에 자료를 검색해서 대화형으로 답변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질문만 잘 하면 책 한 권도 뚝딱 만들어낸다. 상황을 묘사하면 그림도 그리고, 기사를 써 달라고 하면 금방 만들어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잘 하는 것이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듯이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면, AI가 답변을 해준다.

'우주 빅뱅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라고 하이퍼클로바X에 질문을 해봤다. 1초 후에 “대폭발(빅뱅) 사건은 고밀도 및 온도의 초기 상태에서 어떻게 우주가 팽창했는지 설명하는 물리 이론입니다. 대폭발의 다양한 우주론적 모형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초기 알려진 기간부터 이후의 대규모 형태까지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빅뱅 이론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의 팽창성을 토대로 추정되는 우주의 기원 가설로, 이를 되짚어 태초에는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있었으며, 이것이 137억 9900만 년(±210만 년) 전 대폭발을 일으켜 우주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1920년 러시아의 수학자 프리드만이 최초로 주장한 이래 이를 지지하는 많은 증거가 관측되며 정상우주론을 제치고 정설로서 자리잡았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제는 검색의 시대가 지나고 대화형 AI의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다양한 AI와 대화를 하며 조건 없는 배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조심할 것은 이러한 생성형 AI도 거짓말을 잘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지능적으로 거짓말을 하니, 이에 대한 자신만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넷째, k mooc를 통한 배움의 방법은 국가평생교육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강좌를 듣는 것이다. 약 3천개가 넘는 강좌가 개설되어 있고,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며, 강의를 다 듣고 시험이나 과제를 제출하면 이수증도 챙겨준다. 학점인정과정도 있고, 교양강좌부터 전문강좌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하루에 한 과목을 다 들어도 되고, 여러 과목을 들어도 되므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시간만 투자하면 무궁한 지식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 꼭 이수증이나 학점이 아니라도 조건 없는 배움에는 아주 좋은 도구다. 필자는 k mooc와 함께 ted 강의를 가끔 들으며 세상의 큰 흐름과 영어 공부를 겸하기도 한다. ted는 대부분 영어 강연이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많아서 영어를 모르더라도 큰 지장이 없다.

본업에서 은퇴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은퇴 후 30년은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한 30년과 비슷한 기간이다. 이 시간을 가치있게 쓰기 위해 배우는 시간을 늘려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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