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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3’ ODM 업체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463억원으로 2023년 전체 이익(520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기존 최대치인 2022년의 6640억원을 훌쩍 넘어 7000억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했다. 독일 아디다스 신발을 100% 생산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30억원으로 기존 최대치(528억원)를 경신했을 공산이 크다.
남충일 창신INC 대표는 “신제품 1개당 금형 제작에만 수십억원이 들기도 하지만 매년 신제품 5만 개를 내놓는 등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온 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글로벌 명품 핸드백을 수탁생산하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도 성장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7977억원으로 전년 동기(6434억원)보다 23.9% 늘었다. 신발, 핸드백 분야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패션 시장 전체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49조5544억원(트렌드리서치)을 기록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ODM 기업이 제품 기획을 강화하고 제조 혁신을 거듭하면 중국 업체의 추격을 물리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디자인 인재 영입에 수월…신발 3300종 오차없이 뽑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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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상황을 보면 K슈즈의 높은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이키의 전체 수탁생산 업체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ODM을 합해 열네 곳. 이 가운데 나이키 본사 R&D 직원이 상주해 신발을 공동 개발하는 ODM 파트너사는 네 곳뿐이다. 두 곳이 한국 기업인 창신INC와 TKG태광이며 다른 두 곳은 세계 최대 신발 제조사인 대만 파우첸과 펑타이다.
남 대표는 “까다로운 화학 소재를 정교하게 다룰 줄 알고 복잡한 공정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업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에(시즌별) 생산하는 모델이 보통 150종인데 종류당 22개 사이즈로 총 3300종을 오차 없이 동시 생산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일머리가 좋고 똑똑한 한국인이 ODM을 잘 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능 신발을 제조하는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한국 기업의 장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용 부츠에 착안한 나이키 ‘마스야드’, 비행기 단열재로 쓰이는 푹신한 소재를 여러 겹 넣은 마라톤화 ‘알파플라이3’도 한국을 거쳐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신발산업의 경제적 효과가 여전히 크다고 주장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신발산업 고용유발계수는 6.18로 제조업 평균(4.74)보다 높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비율도 38.5%로 제조업 평균(34.8%)을 웃돈다.
장도규 부산테크노파크 슈비즈지원센터장은 “1990년 한국의 신발 수출액(43억달러)이 전체 수출액(650억달러)의 6%, 국가 예산(19조2000억원)의 25% 수준까지 성장했던 저력이 지금의 K-ODM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위탁업체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만 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달리 제조업체가 제품 기획과 디자인,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
부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