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러 편든 美에 유럽 반발…'대서양 동맹' 균열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종전협상 패싱에 뭉치는 유럽

러시아 팽창 우려하는 유럽
英총리 "우크라 NATO 가입해야"

밴스는 유럽 저격…내정간섭 논란
獨 숄츠 "외부인 간섭 용납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낸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 분열이 가시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편드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유럽 각국이 반발하면서다.

◇미국과 대립각 세운 유럽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계획된 협상 테이블에 유럽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종전 협상에 유럽이 배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너무 많은 국가가 관여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대규모 토론장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종전 협상을 개시하겠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과 영토 회복에 부정적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 유럽 정상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항복과 다름없는 평화를 허용하는 것은 미국을 포함한 모두에게 나쁜 소식”이라며 “영토와 주권 논의는 우크라이나가 단독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강요된 어떤 평화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지지한다”며 “외부 적에 맞서야 할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간 분열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실패한 우크라이나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종전만 생각하고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다른 독재국의 무력 침공 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EU 회원국이 재정준칙을 위반할 걱정 없이 방위비 지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추진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의 불안이 커졌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불리한 평화 협정으로 밀어 넣으면 유럽이 더욱 강해진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참여 없이 이뤄진 평화 협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NATO 가입 의지도 굽히지 않았다. FT는 미국이 휴전 후 안전보장을 위해 미군을 배치하는 대신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지분 절반을 요구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유럽 내정 간섭’ 논란도
‘유럽 패싱’에 대한 불만은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연설로 불붙었다. 밴스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현안인 우크라이나 종전안에 대한 언급 없이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유럽을 ‘훈계’했다. 특히 “유럽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러시아, 중국, 다른 어떤 외부 행위자도 아닌 유럽 내부”라고 했다. 루마니아 대선 무효화, 독일의 극우 정치인 견제 등을 겨냥해 유럽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회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속할지는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며 외부인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종전 협상 배제 위기에 내정 간섭성 발언까지 나오자 유럽 지도자들은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 영국·폴란드·이탈리아 정상 등과 17일부터 파리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의 신속한 움직임은 미국 주도의 종전 협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 유럽의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2.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