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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업재편 속도…케미칼, 파키스탄 법인도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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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여 상반기 2兆 마련 계획

LCPL 지분 약 1000억원대 매각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 조정
해외법인 자산 유동화로 차입금↓

물산, 안성·이천 센터 매각 추진
그룹 유동성 우려 조기 불식 나서

화학, 유통 등 주력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설’까지 불거진 롯데그룹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법인, 공장, 계열사 등을 속속 매각하며 본격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에만 자산 매각 등으로 2조원을 마련해 재무구조를 탄탄하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법인 매각 추진도
1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법인(LCPL) 보유 지분 75.01%를 파키스탄 투자사인 아시아파크인베스트먼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화학업체 몽타주오일DMCC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LCPL이 상장된 파키스탄증권거래소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인수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LCPL의 1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305억루피(약 1580억원)가량임을 감안하면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LCPL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산업용 원사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 1092억루피(약 5650억원), 영업이익 38억루피(약 200억원)를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LCPL을 인수했으나 회사가 추구하는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범용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사업 전반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파키스탄 법인 매각은 이런 사업 재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이 10조4054억원에 이르는 롯데케미칼은 해외법인 자산을 유동화해 차입금을 줄이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 루이지애나 법인(LCLA) 지분 40%를 담보로 6600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 주가수익스와프(PRS)를 발행했다. PRS는 기업공개(IPO)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같은 방식으로 인도네시아 법인(LCI) 지분을 활용해 7000억원의 현금 조달도 추진 중이다.
◇호텔·웰푸드·물산 등도 매각 나서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다. 호텔롯데, 롯데웰푸드 등도 최근 전방위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호텔롯데는 작년 말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롯데렌탈 매각에 성공했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5700억원에 사모펀드에 넘기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입금되는 이 자금은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최근 주력 사업인 면세점이 대규모 적자를 낸 탓에 현금 흐름이 급격히 악화했다.

롯데웰푸드도 자산 매각에 들어갔다. 지난 7일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팔았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쳐 2022년 출범한 롯데웰푸드는 두 회사의 중복 사업을 조정하면서 증평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증평공장 매각 자금은 해외 생산라인 확장에 쓸 계획이다.

롯데물산은 경기 안성과 이천 물류센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월드타워를 소유한 롯데물산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물류센터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물류센터 사업을 접기로 최근 결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렌탈 매각 자금 등 올 상반기에만 2조원 이상의 현금이 유입될 예정”이라며 “시장의 유동성 우려를 조기에 불식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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