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승인된 정신 질병은 2016년 69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71건으로 8년 만에 6.8배 증가했다. 신청 건수도 167건에서 810건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산재로 승인된 ‘자살’은 2016년 10건에서 2024년 38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신질환 산재가 급증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적응장애였다. 지난해 정신질환 산재 승인 471건 중 250건(53.0%)이 적응장애였다. 이어 우울증(87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68건), 급성스트레스장애(36건) 등 순이었다.
적응장애는 과도한 업무 부담, 직장 상사와의 갈등, 생활 환경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나타나는 질병이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과 함께 주요 산재 사유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뒤 적응장애에 따른 산재가 급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근로자가 가해자나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가장 많이 주장하는 정신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16년 19건에 불과하던 적응장애 산재 승인 건수는 법 시행 이후인 2021년 245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엔 250건으로 증가해 8년 만에 13배 가까이 폭증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적응장애는 진단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로 승인된 정신질환 평균 요양 기간도 2016년 533.3일에서 2024년 731.3일로 200일 가까이 늘었다. 정신 질병에 걸리면 평균 약 2년 동안 일하지 않고 요양하면서 보낸 것이다. 지난해 평균 요양 기간이 가장 긴 정신질병은 공황장애로 978.5일(요양자 10명)이었고, 그다음이 우울증으로 841.8일(89명)이었다. 적응장애는 비교적 경증 질병임에도 평균 678.3일을 쉰 것으로 집계됐다. 요양 대상자도 245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과도한 산재 승인과 지나친 요양 장기화를 방지할 합리적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정신질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건강 대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