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올해부터 인도에 군사 판매를 수십억달러 늘릴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인도에 F-35 스텔스 전투기를 공급할 길을 닦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가 F-35를 도입하면 미국과의 군사 협력이 한층 격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오랫동안 러시아산 무기를 주로 운용해왔으며 현재까지 F-35를 도입한 사례가 없다. F-35를 운용하는 국가는 대부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일본, 한국, 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다.
인도에는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 무기 체계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과의 군사력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가 F-35를 도입하면 J-20·J-35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중국과의 공중 전력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미국은 인도를 대상으로 무기 무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은 인도에 해양 정찰기 P-81 6대를 추가 공급하고,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공동 생산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은 쿼드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쿼드 안보 파트너십을 활성화했으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 역시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핵심 협력체”라고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
모디 총리는 “호혜적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2030년까지 양국 간 교역량을 50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인도 외교부는 회담 직후 “(무역 협정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7∼8개월 내 체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브로맨스’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를 “무역에 매우 큰 악당”이라고 부르며 관세로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양국 정상은 농산물 및 공산품 교역 확대, 원자력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한 ‘21세기를 위한 미국과 인도 간 협력 프레임워크’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로스앤젤레스와 보스턴에 새 영사관을 개설할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요청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 일정은 미국과의 관계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는 대미 무역과 이민 문제가 ‘이중고’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 발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