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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급 한 명을 채용하려다 평판조회를 통해 '두 얼굴'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후보자의 종전 직장 상사들 사이에선 "팔로십이 우수하고 수용성 높은 인재"라는 평판이 나왔지만 함께 근무했던 부하 직원들에겐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리더였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 것이었다.
한경닷컴이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진행한 평판조회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현직 채용담당자 427명 중 91.3%는 "채용과정에 평판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할 만큼 필요성을 느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계기로 이뤄졌던 '비대면 면접'도 평판조회 수요를 높인 배경이 됐다.
지난 7일 온라인 평판조회 플랫폼 '레퍼첵'을 출시한 넥서스앤컴퍼니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면접이 늘면서 추가적 검증 방법으로 평판조회에 대한 기업들 수요가 증가세였다. 실제 효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평판조회 플랫폼 선두 업체로 평가받는 스펙터는 최근 약 반 년새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스펙터 이용기업 수는 4000곳이었지만 이달 기준 4732곳으로 늘었다. 이 플랫폼에 평판을 등록한 사용자도 같은 기간 16만여명에서 19만여명으로 증가했다. 등록된 평판 관련 데이터베이스(DB)도 이 기간 약 16만건 증가한 88만건에 달했다.
굿이너프플레이스가 최근 선보인 '썬데이'도 평판조회 수요를 겨냥해 출시된 플랫폼이다.
이들 플랫폼의 공통점은 전문업체가 후보자 평판조회를 거쳐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보고서를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 당장 채용이 진행되지 않아도 후보자가 동의한 직장 동료·선후배, 인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미리 평판을 등록하게 하고, 이를 필요할 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평판조회가 활성화하면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은 인재를 발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에선 스펙에 비해 면접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후보자가 평판조회를 거쳐 채용되기도 했다. 업무 기여도, 인성, 팀워크 등이 우수하다는 평판을 확인해 채용을 결정한 것이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가 지난달 채용 담당자 1088명을 조사한 결과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다이렉트 소싱, 헤트헌팅 서비스 등을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모두 평판조회가 필수인 채용 방식이다.
넥서스앤컴퍼니의 경우 올해 레퍼첵을 활용하는 사용자만 2만명을 확보하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윤경욱 스펙터 대표는 "채용을 보수적으로 하면 그만큼 지원자들 입장에선 더 간절해지고 회사 입장에선 한 건, 한 건의 채용을 더 잘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줄더라도)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비중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인사노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채용 시장 자체가 신입 채용보단 경력자 중심 채용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시적으로 경기에 따라 (평판조회 수요가) 변동될 순 있겠지만 채용 시장 전체로 보면 확대될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취업과 관련해서도 (평판조회) 서비스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