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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이후 12년 만에 재회한다. 브로맨스의 원조로서 역대급 케미와 애틋한 서사를 보여준 두 사람이 '굿데이'로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13일 MBC 새 예능프로그램 '굿데이' 제작발표회에서 지드래곤은 "공백기가 안 느껴진다. 형이 너무 좋다"며 정형돈과 12년 만에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정형돈도 "지디와 만나는 건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행사에서 두 사람은 서로 장난을 치고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주고받으며 여전히 설렘 가득한 케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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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예능계의 '레전드 커플'로 회자되고 있는 두 사람의 서사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드래곤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와 '무한상사' 특집에 출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드래곤은 정형돈과 별다른 관계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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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음해 두 사람은 자유로 가요제에서 그룹 '형용돈죵'을 결성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함께 가요제를 준비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지드래곤은 정형돈을 YG 사옥에 초대해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또 동묘 시장에 가서 정형돈이 골라준 옷을 입고 '삐딱하게'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추억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정형돈은 지드래곤에게 철벽을 치며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날 이렇게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는 로맨스 드라마 공식은 지드래곤에게도 통했다. 지드래곤은 정형돈의 거침 없는 핸들링 속에서 방송 내내 소년처럼 순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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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터는 오히려 정형돈이 지드래곤의 연락을 기다리며 상황이 역전되기도 했다. 정형돈은 "네 몸에 내 이름 문신 하나 새겨줘", "전화번호 일곱 자리만 알려줄게", "네 허벅지 다른 사람이 보는 거 싫어" 등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겼다. 이처럼 애간장을 태우는 두 사람의 '밀당'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했다.
당시 지드래곤은 그룹 빅뱅 활동뿐만 아니라 솔로 가수로서도 성공을 거둔 '연예인의 연예인'이었다. 그런 지드래곤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남녀노소 통틀어 정형돈밖에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정형돈은 지드래곤에게 편안한 관계였고, 지드래곤의 '찐사랑'이 TV 너머로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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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이후 정형돈과 지드래곤은 각각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드래곤은 7년 간의 공백을 끝내고 지난해 10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상이 없는데 속이 곪았었다. 끝까지 일만 했으니까. 입대 이틀 전까지도 행사장이었다. 정신이 멀쩡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오랜 시간 같은 환경에서 지내면서 혼란스러웠던 때였다"고 밝혔다.
정형돈은 2015년 공황장애와 건강 악화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이후 방송에 복귀했지만, 공황장애 증세가 심해져 2020년 11월 방송을 다시 중단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21kg 감량에 성공, 건강을 회복하며 방송에서 활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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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2022년 빅뱅의 싱글 '봄여름가을겨울'로 컴백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에서 지드래곤이 입은 착장이 자유로 가요제 당시 정형돈이 동묘에서 골라준 코디랑 상당히 유사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해당 착장을 입고 부르는 가사는 "울었던 웃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나 찬란했던 사랑했던 그 시절만 자꾸 기억나"였다. 이 사실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고, 다신 볼 수 없는 두 사람의 찐사랑에 그리움을 표했다.
팬들은 유튜브에서 그 시절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찾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MBC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형용돈죵' 자유로 가요제 무대와 첫 녹음 에피소드의 조회수는 14일 기준 각각 1448만회와 1028만회를 기록했다. 또 두 사람의 케미를 모아놓은 하이라이트 영상의 조회수는 490만회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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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돈은 굿데이 제작발표회에서 "유튜브나 매체를 통해 과거의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11년 전을 기억하는 분들에게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된다. 그런 점에서 긴장과 걱정 반, 설렘 반"이라고 첫 방송을 앞둔 심경을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이는 업계 관계자들도 신경 쓰고 있는 측면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굿데이와 관련 "앞서 공개된 출연자들의 화제성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기대치도 높은 상황이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한 부분이 생기면 '예전만 못하다'라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드래곤과 정형돈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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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텐아시아 기자 reelecti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