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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신성장 동력인 전기차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팬덤 마케팅' 역시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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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에서 샤오미가 지난 14일 7.32% 뛴 44.70홍콩달러에 마감했다. 신규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딥시크 훈풍이 불면서 한 달 사이에 32.44% 급등했다. 최근 일 년 사이 샤오미의 주가 상승률은 256%에 육박해 같은 기간 엔비디아(81.81%), 테슬라(82.87%)를 큰 폭으로 앞섰다.
이날 시가총액은 1조1200억홍콩달러(약 208조원)를 돌파했다. 전날 진행된 한 라이브 방송에서 레이 회장은 주주들에게 "(주식으로)돈을 벌었다면 투자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라며 "다만 주가는 거시경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을 수 있으니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나는 주가에 대해 아무런 통제 능력이 없다"며 "지속적으로 열심히 일하며 주주들에게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회장은 설 연휴 직후인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슈퍼카급 전기차 '샤오미 SU7 울트라'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15 울트라'를 이달 말 출시할 계획이라고 깜짝 언급했다. 당초 예상보다 한 달 앞당겨진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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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SU7 울트라' 전기차는 포르쉐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걸리는 시간)은 1.98초, 최고 시속은 350㎞에 달한다. 예약판매 가격은 81만4900위안(약 1억6000만원)으로 테슬라 모델S 플레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레이 회장은 "가속력과 최고속도에서 포르쉐 타이칸 터보를 능가한다"며 "현재 시판되는 4도어 양산차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라고 자평했다. 사전 예약 10분 만에 3680대의 주문이 몰렸다. 자동차 앞면 로고에 24K 금이 도금돼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두 번째 전기차 모델 '샤오미 YU7'를 내놓을 계획이다. 두 번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신차와 함께 내놓은 '샤오미15 울트라' 역시 퀄컴의 최신 칩인 스냅드래곤8 익스트림 등이 탑재되는 고급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면에 라이카 쿼드 카메라 시스템을 적용하고 샤오미 최초로 베이더우 위성 통신을 활용한 문자 메시지 기능 등이 제공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더우는 중국판 GPS로 산간 지역에 있어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레이 회장은 "직전 모델인 샤오미14 울트라의 가격은 6499위안(약 129만원)이나 지난 일 년 간 연구개발 비용이 늘어났다"며 "손익을 고려하면 가격을 확실시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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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샤오미의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샤오미는 전년 대비 30.5% 증가한 925억위안(약 18조4000억원)의 매출과 4.4% 늘어난 63억위안(약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호실적을 보이면서 현금 보유액 역시 18.7% 증가한 1516억위안(약 30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3조1314억원(작년 3분기 말 기준)과 맞먹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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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회장이 팬덤 문화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제품 출시 전 제품 성능을 직접 테스트해 SNS에 공유하거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솔직 담백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식이다. 앞서 그는 직접 샤오미 팬덤인 '미펀(米粉)'에게 온라인 편지를 작성해 공개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틱톡(현지 서비스 더우인)으로 소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애플와 같은 강력한 팬덤 문화를 조성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주가 상승으로 최근 레이 회장의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레이 회장의 순자산은 374억달러로 알리바바의 43위 마윈(389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44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됐다. 일 년 사이에 레이 회장의 자산이 77억달러(약 11조2000억원)가 불어났다.
해외 투자 업계의 주가 전망이 밝아 레이 회장의 자산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샤오미의 전기차 판매량을 기존 29만대에서 35만대로 21% 상향 조정했다. HSBC 역시 샤오미의 목표주가를 기존 37.9홍콩달러에서 49.9홍콩달러로 올리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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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