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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매일 수입하는 원유 1110만 배럴 중 러시아와 이란산은 32~3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재에 묶여 팔 곳이 없다 보니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0~20달러 싸게 중국에 넘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말레이시아를 통해 우회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140만 배럴을 수입했는데, 현지 정유사의 생산 규모가 60만 배럴에 그친다는 게 근거였다.
지난 3년간 값싼 이란·러시아산 원유 혜택을 누린 중국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면 정제마진과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도 오르게 된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을 제재키로 한 것도 운송비 등 중국 기업의 원가 부담을 늘리는 데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으로 현지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 제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국가보다 10%가량 저렴한 러시아산 나프타와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한국 기업의 원가 구조는 개선될 전망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수익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넷째주 배럴당 0.6달러였지만, 이달 둘째주엔 3.5달러로 올라섰다. 업계에선 조만간 원가 수준인 4~5달러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도 지난달 t당 158.2달러였지만 이달에 평균 180.17달러로 올라왔다. t당 250~300달러가 원가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한국 정유·석유화학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가동률도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8.99% 오른 5만8200원에 마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