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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이란産 원유 수입 막힌 中…韓 정유·석화업계는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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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수출 제재 강화

中, 그동안 헐값에 사들여 이득
수입 봉쇄로 원가부담 커져
국내 기업은 상대적 수혜

러·우 종전땐 재건 수요도 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을 ‘제로(0)’로 떨어뜨리기 위해 최고 수위의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는 호재다. 값싼 이란 원유로 제품을 생산해온 중국의 공급망이 끊기는 데다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도 생기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신음하던 국내 기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최대 수위 압박’을 실행한다는 정책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란이 중국에 원유를 수출할 때 관여하는 금융회사도 제재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이란 원유 수출을 통제했다. 2018년 5월 하루 381만 배럴이던 이란의 산유량은 2020년 200만 배럴로 줄었지만, 작년 말에는 330만 배럴로 뛰었다.

중국이 매일 수입하는 원유 1110만 배럴 중 러시아와 이란산은 32~3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재에 묶여 팔 곳이 없다 보니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10~20달러 싸게 중국에 넘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말레이시아를 통해 우회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140만 배럴을 수입했는데, 현지 정유사의 생산 규모가 60만 배럴에 그친다는 게 근거였다.

지난 3년간 값싼 이란·러시아산 원유 혜택을 누린 중국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면 정제마진과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도 오르게 된다. 미국이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그림자 선단’을 제재키로 한 것도 운송비 등 중국 기업의 원가 부담을 늘리는 데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으로 현지 재건 사업이 시작되면 제품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국가보다 10%가량 저렴한 러시아산 나프타와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한국 기업의 원가 구조는 개선될 전망이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수익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달 넷째주 배럴당 0.6달러였지만, 이달 둘째주엔 3.5달러로 올라섰다. 업계에선 조만간 원가 수준인 4~5달러 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도 지난달 t당 158.2달러였지만 이달에 평균 180.17달러로 올라왔다. t당 250~300달러가 원가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한국 정유·석유화학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가동률도 점차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8.99% 오른 5만8200원에 마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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