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IC에 중국의 첨단 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이 몰리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반도체 설계 최강자 화웨이와의 '동맹'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이 중국 대상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화웨이가 TSMC, 삼성전자 등에 첨단 칩 생산 주문을 맡기는 게 불가능해졌다. 대안은 SMIC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SMIC는 중국 내 반입이 불가능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 한 세대 전 장비인 심자외선(DUV)을 활용해 7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에서 칩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미술에 비유하자면, 경쟁사가 스케치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을 SMIC는 3~4번 작업하면서도 작품을 완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7nm 공정은 삼성전자, TSMC가 5~6년 전 개발한 공정으로, 최첨단은 아니지만, 첨단 수준으로 분류될 정도의 고성능 칩을 만들 수 있다.
딥시크가 활용한 화웨이의 AI 가속기(AI 학습·추론용 반도체 패키지) '어센드910B'와 '어센드910C'도 SMIC의 7nm 공정에서 양산됐다. 화웨이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어센드910C는 엔비디아의 간판 AI 가속기 H100의 60% 수준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 속에서 H100의 60% 수준 칩을 만든 건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SMIC 등 중국 파운드리도 약점은 있다. EUV 장비를 못 쓰다 보니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매출은 늘지만,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어서다. SMIC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4% 급감한 4억9300만달러를 기록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주는 보조금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에도 상당 기간 투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MIC는 올해 시설투자액을 지난해와 유사한 73억달러 수준으로 잡았다.
최근 미국이 자국 내 AI 반도체 생산을 강조하는 것도 한국 기업을 샌드위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1일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이 미국에서 설계되고 제조된 칩으로 미국에 구축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파운드리 기업인 인텔, 글로벌파운드리에 대한 지원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