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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 여기서 열린 간담회 내용을 들은 공무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6%로 내리면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경제 상황에 비해 기준금리가 높은 만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며 “중립금리(물가안정·완전고용 상태의 장기 균형금리)를 대략 2%대 중반으로 보는 만큼 연 3.0%인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언급한 KDI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특정 기관 의견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KDI의 경제전망·통화정책 분석 역량은 한은과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전직 한은 통화정책국장도 "KDI가 자신 있다면 중립금리 모형을 공개하라"며 "한은은 중립금리는 물론 환율, 가계부채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냉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DI 원장을 역임한 김중수 전 한은 총재 자리를 이주열 전 총재가 넘겨받은 뒤부터 신경전이 격화됐다. '전관예우' 차원에서 김중수 전 총재 시절에는 조용했던 KDI는 이주열 전 총재가 들어서면서 통화정책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KDI는 수시로 보고서나 간담회를 통해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했고, 때로는 비판하기도 했다. KDI 분석이 나올 때마다 한은 관계자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관심 없다"고 맞받아쳤다.
11년째 이어진 양측의 신경전은 한은 내부의 인사권과도 관계가 깊다. 1997년 이후 김중수 전 총재, 이덕훈 전 금통위원, 강문수 전 금통위원, 함준호 전 금통위원, 조동철 전 금통위원(현 KDI 원장), 신인석 전 금통위원 등 6명의 KDI 출신 인사가 한은 고위직을 꿰찬 바 있다. 김중수 총재가 재임했던 2010~2014년에 연공 서열을 뒤엎는 인사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한은 내부의 상당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같은 해묵은 감정까지 얹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지기도 했다.
KDI 출신 금통위원은 한은 간부들과 통화정책을 놓고 종종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KDI 출신 전직 금통위원은 "한은에서 일할 때 고립됐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며 "한은에 있을 때 정책보좌관과 둘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익환/박상용/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