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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독식 클라우드에 '균열'…브로드컴 CEO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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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테크人스타

사모펀드 출신 혹 탄 CEO
맞춤형 AI반도체 설계로
엔비디아 독점에 허 찌르고
SW업체 인수에만 140조

"AI시대 데이터 주권이 금맥"

2023년 11월 통신장비 제조 및 반도체 설계회사인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업체 VM웨어 인수를 마무리했을 때 글로벌 테크업계에선 “이해 못할 인수합병(M&A)”이란 반응이 많았다. VM웨어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돈은 한 해 매출을 훌쩍 넘는 690억달러(약 99조원)에 달했다.

1년여 전의 비판은 찬사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데이터 주권 및 보안이 화두로 떠오르면서다. 브로드컴은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AI를 훈련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인프라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모펀드 출신인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이 빛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 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불필요한 사업은 빠르게 접고 신규 투자는 과감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엔비디아 대안으로 떠올라
브로드컴의 힘은 ‘맞춤형 AI 반도체(ASIC)’와 클라우드 SW에서 나온다. 두 기술을 활용해 기업의 AI 훈련비용을 큰 폭으로 낮춰주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브로드컴은 이를 역이용했다. 빅테크 각자의 여건에 맞춰 AI용 반도체를 설계해주는 ASIC 시장을 개척했다. 구글, 오픈AI, 애플 등 빅테크들은 연달아 브로드컴의 손을 잡았다.

브로드컴은 유·무선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한 과거 노하우를 살렸다.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브로드컴은 ‘SERDES’라는 데이터 네트워킹 기술을 활용했다. 브로드컴 AI 반도체 하나의 성능은 엔비디아에 뒤처지지만 이를 직·병렬로 묶어 데이터센터를 채우면 엔비디아로 구축한 데이터센터와 성능이 비슷해지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브로드컴은 ASIC 시장 점유율을 55%(지난해 말 기준)로 끌어올렸다.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클라우드 SW 시장은 VM웨어가 공략했다. VM웨어는 글로벌 가상화 서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업체다. 가상화 기술을 통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AI를 훈련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게 해주는 것이 VM웨어의 핵심 경쟁력이다.
◇‘21세기의 잭 웰치’란 평가도
브로드컴은 IT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공격적인 M&A로 전환점을 마련했다. 탄 CEO의 빠른 의사 결정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VM웨어를 인수한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했다. 사업부를 재편하고 100개가 넘는 서비스를 5개로 간소화했다. 고객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익모델을 구독형으로 바꾸면서 수익을 네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VM웨어에서 가상 데스크톱 인프라(VDI)를 제공하는 사업부는 사모펀드 KKR에 38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글로벌 테크업계에선 탄 CEO에 대해 ‘21세기의 잭 웰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잭 웰치는 1980년대 제너럴일렉트릭(GE)의 구조조정을 이끈 CEO다. 탄 CEO는 지속적인 SW 투자를 통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이 장악한 클라우드 시장을 재편하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 클라우드 SW 업체인 CA테크놀로지를 189억달러(약 27조원)에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업체 시만텍의 B2B사업부인 엔터프라이즈 부문을 107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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