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컵이 지난 7일부터 본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접어들었다. LCK컵은 국내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프로 리그를 주관하는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가 처음으로 주최한 컵 대회다. 장로 그룹과 바론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팀 대항전 방식의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장로 그룹이 완승을 거뒀다.
주목할 점은 이번 대회에서 기존보다 블루 진영의 승률이 유독 높았다는 것이다. LCK컵 그룹 스테이지 기준 블루 진영의 승률은 약 63%에 달했다. 반면 지난 2024 스프링과 서머 정규 리그의 경우 각각 51%와 50%로 레드 진영과 반반에 가까웠다. 블루 진영의 승률이 기존보다 10% 넘게 오른 셈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도입이 꼽힌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이전 경기에서 사용한 챔피언을 다음 경기에서 쓰지 못하는 밴픽 방식이다. 3세트로 진행된 그룹 스테이지에선 3세트의 경우 총 30개의 챔피언이 금지된 상태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그 결과 1월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불과 보름여 간 치러진 그룹 스테이지에서 무려 92개 챔피언이 밴픽 과정에서 등장했다. 지난해 두 달여간 진행된 2024 LCK 스프링과 서머의 밴픽 챔피언 수가 각각 103개, 100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단 기간에 훨씬 다채로운 밴픽이 나온 것이다.
피어리스 드래프트로 인해 금지 챔피언이 증가하면서 블루 진영이 가진 ‘선픽’의 강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oL e스포츠 대회의 경우 밴픽 1페이즈에서 양 팀이 각각 3개의 챔피언을 금지하고 블루 진영이 먼저 1개 챔피언을 고르고 이후 레드 진영이 2개 챔피언을 번갈아 택한다. 금지 챔피언이 늘어나며 변수가 커지는 2세트와 3세트에서 먼저 좋은 챔피언을 가져가는 블루 진영의 이점이 더 부각된 것이다.
특히 칼리스타와 스카너라는 압도적인 OP 챔피언으로 인해 레드 진영에 밴 카드가 강제된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칼리스타는 그룹 스테이지까지 밴픽율이 91.9%로 가장 높았다. 금지를 50번 당할 정도로 자주 견제를 받았다. 7번 등장해 5번 승리할 정도로 높은 승률을 보였다. 스카너 역시 53번 금지당해 밴픽율이 90%에 달했다. 3번의 경기에 사용돼 모두 승리를 거뒀다.
여전히 높은 첫 전령의 가치 역시 블루 진영 우세에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스테이지까지 블루 진영의 첫 전령 획득 비중은 약 63%로 승률과 동일했다. 통상적으로 전령이 등장하는 내셔 남작(바론) 둥지 입구가 블루 진영 방향으로 향해 있어 획득에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 2024 스프링과 서머 역시 블루 진영의 첫 전령 획득 비중이 60%를 넘었다.
오는 9일 진행되는 플레이인 3라운드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피어리스 드래프트에 따른 금지 챔피언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블루 선픽’의 이점을 상쇄할 레드 진영 ‘조커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