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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사모님께 '윤 대통령, 나경원 해임' 기사 보내드렸더니 잘됐다고 좋아하시네요."
검찰이 최근 확보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진태 강원지사 간 카카오톡 메시지 중 일부입니다. 2023년 1월 나경원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됐다는 내용의 기사에 김건희 여사가 기뻐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당시 낯 뜨거우리만치 노골적으로 자행됐던 '나경원 핍박'의 실체가 2년 만에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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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의원은 출마의 뜻을 쉽게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언론에는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나 의원의 공직 해촉 가능성을 거론하며 나 의원을 압박했습니다. 나 의원은 서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는 사실상 '출마 예고'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윤 대통령은 '사표 수리' 대신 나 의원을 해임해버립니다. 윤 대통령이 장관급 공직자를 해임한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그렇게 잠행과 숙고에 들어간 나 의원은 '반(反)나경원' 분위기가 지배한 당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게 됩니다. 익명의 대통령실, 친윤계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시 4선 중진을 지냈던 나 의원에게는 까마득한 후배들인 초선의원 50명이 '연판장'을 돌리며 나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 정치적으로 공격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한다"고까지 했었죠. 유례를 찾기 힘든 '집단린치'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나 의원은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면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국회나 사무실이 아닌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나 의원은 '불출마를 결정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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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나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감정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이 아닌 '절차적 정당성' 훼손을 국민 앞에 알리고자 최일선에 선 것이라고 합니다.
나 의원은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관저를 찾은 이유에 대해 "물론 계엄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 이후의 절차가 헌법과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목도해 관저에 갔었다"며 "공수처가 불법적인 수사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고, 현직 대통령이 무작정 끌려 나가는 데 대해 우리의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수모를 겪고 거길 왜 가냐'고 만류하는 주변인들은 없었냐고 묻자 "그런 말씀도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큰 틀을 먼저 생각하고,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과정은 대통령을 살리고 안 살리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과 면회를 요청한 데 이유로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대통령과 제가 재판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부분이 비슷했기 때문이라거나 당의 대표적인 중진을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판단하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2023년 1월에 대한 기억도 물었는데요. "정치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었다"고 합니다. 나 의원은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걸 단 한 번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대선 때도 대통령 전체 유세 횟수보다 한 번 덜 할 정도로 무리해서 뛰는 등 언제나 당을 사랑했는데, 당 초선 의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었다"면서도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어두고, 개인의 사사로운 기억이나 감정을 앞세우기엔 나라의 위기가 너무 크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김 여사가 해임에 기뻐했다는 카톡에 대해선 "다 지나간 일을 굳이 말해서 뭐 하겠냐"고 털어 넘겼습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