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L 4차전에서 벌어진 톱스타들의 신경전은 마이크를 통해 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날 경기는 우즈와 매킬로이의 대결, 김주형(23)의 뛰어난 쇼맨십이 화제를 불러일으켜 신생 골프리그 TGL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섯 차례의 경기를 마치며 ‘베타 서비스’를 마친 상태, 스크린골프 기반의 TGL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골프 팬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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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관람 스포츠로서 한계가 큰 종목이다. 18개 홀로 구성된 광활한 공간에서 선수들이 각기 다른 시간에 흩어져서 경기를 치른다. 모든 선수의 모든 플레이를 볼 수 없는 유일한 종목이 된 이유다. 야외에서 반나절가량 이뤄지는 탓에 날씨 등 외부 변수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내일의 골프 리그’를 모토로 내세운 TGL은 골프를 2만3225㎡(약 7000평) 규모, 한국 고척돔과 비슷한 크기의 실내 경기장으로 들여왔다. 자연과 인간의 싸움이던 코스는 아이맥스급 스크린과 매 홀 기계적 장치로 변형되는 그린으로 대체했다. 악천후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골프의 장점을 투어로 가져왔다.
가장 큰 차이는 스타의 경기를 눈앞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점이다. 전통 골프 투어 현장은 엄숙하다. 팬이 선수를 따라다니고, 샷 순간에 침묵하는 등 여러 에티켓을 요구한다.
하지만 TGL은 농구, 풋볼, 야구 등과 마찬가지로 관객 1500명이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플레이를 즐긴다. 톱스타의 트래시토크는 기존 골프에서 즐기지 못한 말초적 재미까지 준다. 15홀 경기, 샷당 40초 제한을 둬 소요 시간도 2시간으로 줄였다.
인조 잔디, 기계 설비로 매 홀 재구성되는 그린은 실제 필드를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TGL은 샷의 완벽성보다 승부 자체, 선수의 쇼맨십을 부각한다. ESPN이 “TGL은 진지한 투어가 아니라 예능”이라고 정의한 이유다.
지난달 15일 2차전에서 케빈 키스너의 벙커샷이 깃대를 맞고 튀어 나가자 우즈는 박장대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진지한 승부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장면이야말로 TGL만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우즈와 매킬로이가 맞붙은 4차전은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김주형은 그린 바닥에 딱 달라붙어 퍼팅 라인을 살피는가 하면 퍼트를 넣은 뒤 바닥에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하며 TGL에 필요한 스타의 모델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큰 반향이 일지 않고 있다. 한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는 “한국 방송 중계에서는 현장 소리를 줄이고 해설을 입혀 TGL의 특장점인 현장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크린골프 강국으로서 최첨단 시뮬레이터에 익숙한 한국 팬에게 풀스윙의 기술력은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