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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인에게 프러포즈했는데 한번 쓰고 버리긴 아까워서 당근에 올렸습니다. 올리자마자 3명한테 연락이 왔어요."
최근 10년 만난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는 최 모씨(31)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두 시간 정도만 쓴 거라 깨끗하기도 하고 이걸 새것으로 사면 은근히 돈이 많이 들어서 다른 분도 하실 거면 중고로 구매해서 사용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내놨다"고 말했다.
내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김 모씨(31)는 "프러포즈 용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했는데 5~6만원 정도 들었다"며 "사용 후 그냥 창고에 두면 자리만 차지하고, 버리자니 멀쩡한 물건을 쓰레기 만드는 거 같아서 필요한 분이 저렴하게 사용하라고 중고 앱에 올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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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프러포즈 용품, 각종 기념일 소품을 거래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
6일 당근,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프러포즈 용품', '프러포즈', '이벤트'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프러포즈 이벤트에 필요한 LED 장미, 풍선, 플래카드 등의 패키지 매물이 다수 발견된다. 대다수의 용품이 가격은 5000원~4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물품은 이미 새로운 주인에게 팔려 나간 상태다.
중고나라 시세 조회에 따르면 '프러포즈 용품'의 평균 시세 등록 가는 3만원이며 최저가는 8000원 최고가는 7만원 선이었다. 판매자들은 "한 번 사용한 프러포즈 용품 팝니다", "연인 이벤트 장식용 풍선 거의 새것과 다름없습니다. 저렴하게 가져가세요" , "이 물건으로 프러포즈 성공 후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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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기자가 직접 당근을 통해 '프러포즈 용품'을 구입해봤다. 해당 용품의 원가는 네이버 스토어 기준 6만2900원에 올라왔지만, 당근에서는 4분의1 가격인 1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구성품을 살펴보니 'MARRY ME? 가랜드', 'LED 촛불 48개 ', '종이 꽃잎', 'LOVE 등', '전구 2개', '화이트 식탁보', '선물 상자' 등이 포함돼 있었고 판매자의 말대로 상태도 좋았다. 이를 이용해 직접 꾸며보니 꽤 훌륭한 프러포즈 이벤트 테이블이 완성됐다.
높은 물가와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경제적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연애와 결혼 또한 실용적인 소비 방식을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회성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하며 실속을 챙기는 방식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21년 진행한 '기념일에 느끼는 부담'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6명(56.3%)은 각종 기념일이 돌아올 때마다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절반 이상이 '경제적 이유'(57.4%)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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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저렴하게 구매한 LED용 촛불, 꽃잎, 조화 장미, 포토카드 등을 이용해 꾸며놓은 사진을 올리며 "2만~3만원 내에 가성비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누리꾼들은 "다이소 정말 없는 게 없네요", "중고 물품을 이용한 야무진 프러포즈 너무 예뻐요 예비 신부가 감동했겠어요"라며 호평했다.
올해 11월 결혼을 앞둔 장 모씨(33)는 "프러포즈를 곧 할 생각인데 결혼 비용으로 이런저런 지출이 많아서 풍선이나 조화 등 일부 용품은 다이소나 당근을 이용해 구매할 생각"이라며 "처음엔 일생에 한 번뿐인 프러포즈를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괜찮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물가 등 여러 가지 경제적 위험성에 놓여있기 때문에 결혼과 연애에서도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윤리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한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요즘 결혼은 새로운 출발을 성대하게 알린다기보단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혼인신고만 하거나 신혼여행을 생략하는 등의 합리적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