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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은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파헤치는 전직 중간 보스 ‘민태’(하정우 분)의 여정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민태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하나뿐인 동생 ‘석태’(박종환 분)와 그의 아내 ‘문영’(유다인 분)에게 매달 생활비를 보내는 등 새로운 삶에 조금씩 적응 중이다. 그러나 지하 세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던 형제에게 평범한 일상 같은 것은 애초부터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형에게 다급한 음성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춰버린 석태는 결국 시체가 돼 돌아오고 그의 아내까지 사라진다. 의아한 것은 이 모든 일이 문영이 다니던 문화센터의 강사이자 작가인 ‘호령’(김남길 분)의 소설 ‘야행’에 예고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석태의 죽음에 가장 의심이 가는 인물로 민태가 지목한 이는 세 명이다. 첫 번째는 자취를 감춰버린 문영, 두 번째는 자신의 작품으로 살인을 예언한 호령, 마지막은 민태와 석태가 몸담은 조직의 보스 ‘창모’(정만식 분)다. 영화는 이 인물들을 하나씩 추적하는 민태 시점으로 사건의 윤곽을 드러낸다. 이와 동시에 사건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는 인물 역시 민태, 호령, 경찰 등 셋이다.
따라서 호령은 영화 초반부터 민태가 추적하는 용의자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이 영화의 중심 전제가 ‘소설에 예고된 살인’이라는 점이다. 가장 의심이 가는 인물은 호령이어야 했고, 적어도 그는 사라져버린 문영과 평범한 관계 이상의 어떤 것을 공유해야 마땅하다. 유력한 단서와 비밀을 소실한 영화는 초반부터 동력을 잃는다. 호령을 제외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아내와 창모가 남지만, 이 또한 미스터리 영화의 장르적 관습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쉽게 범인을 유추할 수 있다.
‘양치기들’이 드러낸 살인 사건의 배후는 치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 현시를 포착하는 가볍지 않은 이슈였다. 그렇기에 그다지 도덕적이지 못한 주인공이 나름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 설득력이 있었다. 비슷한 여정을 따르면서도 ‘브로큰’의 민태는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고 사적인 복수를 감행한다. 또 그가 궁극적으로 얻는 사건의 배후는 지하 세계 법칙에 의한 것일 뿐이다.
‘양치기들’이 사회성 짙은 독립영화였다면 ‘브로큰’은 장르 영화의 외형을 따르는 상업영화다. 이를 감안해도 ‘브로큰’이 주력하는 장르적 시도는 이야기 면에서도, 캐릭터 면에서도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무한 클리셰만 반복하는 데 머문다. 그럼에도 김 감독의 저력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그의 전작처럼 본질을 갖춘 이야기로 귀환해야 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