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만 제공할 뿐 자체 칩은 만들지 않는 ‘반도체산업의 영세 중립국’ Arm이 글로벌 AI산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Arm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Arm의 저전력 설계 기술을 무기로 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 결정체 구조 모양을 한 Arm 본사에 방문하려면 가방 검사와 몸 수색은 기본이고, 6장에 달하는 전자 서약서에 기밀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서명까지 해야 했다. 리처드 그리즌스웨이트 Arm 총괄부사장은 “스마트보드 기록, 엔지니어 대화 등 모든 것이 지식재산(IP)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본사의 명물인 ‘페이턴트월’(특허의 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은 “이곳은 반도체 IP 용광로”라며 “설계 천재들이 이곳에 이름을 새기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rm이 보유한 특허는 지난해 기준 6800건, 출원 대기 중인 특허는 2700건에 달한다. Arm은 IP를 개발해 1600여 개 회사에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칩의 99%가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Arm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그사이 Arm은 미·일 AI 동맹의 핵심 고리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는데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와 함께 Arm이 핵심 기업에 포함됐다. PC용 반도체 설계의 강자 인텔, Arm과 소송 중인 퀄컴은 제외됐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4일 오픈AI가 서울에서 연 개발자 행사에 손 회장과 함께 등장했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