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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LNG 터미널' 붐…물 만난 HD현대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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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특수 누리는 K조선

노후船을 '바다위 창고'로 개조
美에너지 수출 확대에 문의 폭증
현대마린, 국내 유일 선박 개조社
"하반기 프로젝트 첫 수주 예정"

육상 LNG 터미널보다 덜 걸리고
해상에 신규 건조보다 비용 저렴

낡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해상 LNG 터미널’로 개조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LNG 수출 확대 정책에 발맞춰 해상에서 LNG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사진)를 확보하려는 나라가 속속 나와서다. LNG 운반선을 FSRU로 바꾸는 기술과 경험을 갖춘 국내 한 곳뿐인 선박 개조업체 HD현대마린솔루션에도 일감이 밀려들고 있다.
◇FSRU 개조 문의 ‘싹쓸이’

5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전날 연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 하반기에 LNG 운반선을 FSRU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처음 수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FSRU 개조 프로젝트는 척당 1억~1억3000만달러(약 1400억~1800억원)짜리 사업이다.

미국이 수출하는 LNG를 바닷길을 통해 도입하려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그동안 러시아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에 의존해온 유럽 선진국도 선박 개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이면 LNG 운반선을 FSRU로 개조할 수 있어서다. 반면 육상에 LNG 터미널을 지으려면 3~5년이 걸리고, FSRU를 새로 건조하는 데는 2~3년이 필요하다. 미국이 쏟아낼 값싼 LNG를 저장하는 데 ‘선박 개조’가 가장 빠르고 저렴한 방법인 셈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싱가포르 시트리움과 함께 세계에서 이런 선박 개조를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세계 곳곳에서 FSRU 개조 문의를 받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LNG 운반선 개조 수요를 늘리고 있다. 해운사 입장에서 탄소배출이 많은 노후 LNG 운반선을 고철로 넘기는 대신 FSRU로 바꿔 팔면 수익을 더 낼 수 있어서다. 에너지 기업은 신조선가(척당 5400억원)보다 싸고 빠르게 FSRU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시장조사업체 인피니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선박 개조 시장은 2023년 19억달러(약 2조7500억원)에서 2028년 42억달러(약 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이 FSRU를 많이 건조한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이 처음 대표이사를 맡은 계열사로, 설립부터 상장까지 직접 관여했다.
◇中 선박도 잠재 고객
LNG 운반선에 재액화 설비를 장착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LNG를 보관하는 화물창에서 누수되는 가스를 다시 액화하는 설비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척당 1000만달러 수준인 재액화 개조 프로젝트를 10척가량 수주했다. 한 척은 끝냈고 나머지는 내년까지 마무리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개조한 친환경 선박은 853척에 이른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하락세인 것도 HD현대마린솔루션에 호재다. 해운사는 운임이 떨어지면 미뤘던 수리·정비를 한다. 올 들어 선사들이 정비 계획을 잇달아 세워 애프터마켓(AM)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M 매출에서 엔진 수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중국 선박에 장착된 중형 엔진의 70%가 HD현대중공업 제품이란 점에서 중국 선박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고객이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엔진은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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