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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류 100년史 최고의 혁신…이젠 '저전력 싸움' 시작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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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게임체인저' Arm
(上) '칩 설계 IP 최강자' Arm을 가다…르네 하스 CEO 인터뷰

독보적 기술력으로 AI 시대 주도
저전력 강점 살려 AI칩 설계 장악
"Arm 없이 애플·엔비디아도 없다"
데이터센터·IoT 등 사업영역 확장

'반도체 팜' 시스템으로 인재 확보
전세계 2000만여 SW 개발자가
아이디어 검증하며 신기술 탄생
英정부 반도체 영재 교육도 한몫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옆에 가장 자주 서는 기업인이다. 지난 4일 오픈AI가 서울에서 연 개발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손 회장과 일본에서 동반 입국했을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 회장 간 3자 회동에도 동석했다. 2023년 Arm의 나스닥시장 상장을 진두지휘하고, 소프트뱅크그룹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은 인류가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룬 혁신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케임브리지 Arm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엔 폴 윌리엄슨 수석부사장, 리처드 그리즌스웨이트 총괄부사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AI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훨씬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해질 것”이라며 “Arm의 저전력 설계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전망했다.


▷왜 Arm이 주목받는 겁니까.

하스 CEO=“Arm은 처음부터 전력 효율적인 디자인을 설계하는 데 역점을 뒀어요. (인텔 등) 다른 아키텍처는 따라 할 수 없죠. AI산업이 커질수록 인프라를 저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빅테크도 AI 칩을 만들려고 하는데요.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극단적으로 말해 Arm이 없었다면 지금의 스마트폰, AI, 엔비디아, 애플도 없을 겁니다. Arm이 사라진다면 글로벌 빅테크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투자를 해야 현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예요.”

▷핵심 기술이 뭡니까.

하스 CEO=“‘네오버스 컴퓨팅서브시스템(CSS)’이 Arm의 대표적 저전력 플랫폼입니다. 시스템온칩(SoC)의 핵심 기술을 모은 IP(지식재산) 플랫폼이죠. 파트너사가 칩을 쉽게 구현하도록 돕기 때문에 대응이 빨라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좋습니다. 빅테크의 네오버스 CSS 수요가 엄청나죠.”

▷비결이 궁금합니다.

하스 CEO=“소프트웨어(SW) 에코시스템이 핵심 경쟁력이에요. 세계적으로 2000만 명이 넘는 개발자가 Arm 에코시스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영향력이 대단할 것 같은데요.

윌리엄슨 부사장=“지금까지 세계적으로 SW 개발자 2000만여 명이 Arm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설계했어요. 이들이 개발자 수요를 파악해 친개발자 성향의 IP를 계속 공급할 겁니다. Arm의 지배력은 앞으로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죠.”

▷인재 영입 전략이 궁금합니다.

윌리엄슨 부사장=“솔직히 말씀드리면 전략은 없어요. 회사가 매력적이면 저절로 몰리죠. Arm은 인재가 역량을 펼치도록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해 주시죠.

윌리엄슨 부사장=“개발자끼리 서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받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토론을 통해 생각이 섞이면서 신기술이 나옵니다. 그래서 소통 공간이 중요합니다. 신사옥의 개방감을 극대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Arm 사옥 중앙 통로는 200m 넘게 길게 뻗어 있다. 임직원이 식사 등을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다.)

▷어떤 인재를 선호합니까.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설계업계에선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습니다. Arm 본사는 케임브리지에 있지만 미국 텍사스 오스틴, 남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노르웨이 및 스웨덴 등 북유럽, 인도 벵갈루루 Arm 디자인센터를 두고 숙련 설계 인력을 모으고 있어요.”

▷인재는 어떻게 육성합니까.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제 업무 중 하나가 ‘영국 정부 반도체자문단’ 활동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왜 반도체가 흥미로운 진로인지 설명하는 게 자문위원의 일이죠. 반도체업계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건 영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의제입니다.”

▷외부와의 협조가 중요하군요.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케임브리지에는 라즈베리파이라는 재단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반도체를 일찍 접하도록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선단체죠. 이 재단과 Arm이 연계해 학생들에게 반도체 잠재력을 빨리 알려주려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외에 영국 정부와 BBC가 함께 설립한 마이크로비트 재단이 있습니다. Arm에는 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담 부서가 있고요. 반도체 분야의 팜(farm)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부 지원도 궁금합니다.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영국 정부는 최근 ‘국가 반도체 전략 정책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영국 5대 핵심 미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로 정했습니다. 반도체 IP에 집중 지원해 설계 분야 생태계를 더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예요. 영국은 이를 위해 설계에만 10년간 10억파운드를 쏟아붓기로 했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학위는 무엇인가요.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컴퓨터공학이죠. 그중에서 데이터사이언스를 선호합니다. 다행히 영국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늘고 있어요.”

▷Arm의 특허왕은 누구입니까.

그리즌스웨이트 부사장=“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였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특허 117개를 보유 중인데 최근 저를 앞지른 개발자가 나왔습니다.”

▷Arm의 차세대 기술이 궁금한데요.

윌리엄슨 부사장=“사물인터넷(IoT)입니다. 미래 IoT는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 될 거예요. 일상의 모든 물품이 통신기기가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실생활에서 쓰는 디바이스이기 때문에 응답 시간이 빨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Arm의 영역이 확장되는 듯합니다.

하스 CEO=“지금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Arm은 모바일을 넘어 데이터센터, AI PC, 오토모티브, IoT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AI 전환을 이끌 겁니다.”

▷한국과의 협력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스 CEO=“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Arm 플렉서블 액세스’ 프로그램을 도입했어요. 팹리스 스타트업이 설립 초기 자금 부담 없이 설계와 샘플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입니다.”

▷성과는 나타나고 있습니까.

하스 CEO=“물론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팹리스 18곳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이들은 Arm IP에 대한 초기 비용 없이 SoC 설계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교류를 늘릴 계획이 있나요.

하스 CEO=“Arm과 한국 반도체산업은 지난 30년간 협력을 지속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Arm이 1994년 공개한 반도체 디자인 ‘Arm7TDMI’를 활용해 스마트폰 혁명의 발판을 마련했죠. 한국과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케임브리지=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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