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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쓰는 것보단 차라리…" 반전 노린 카카오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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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올라탄 카카오…"AI 반격은 지금부터"

4일 올트먼 만나 협력 발표

상반기 선보일 AI앱 카나나에
챗GPT 탑재 등 논의할 듯

자체 AI 만든 네이버와 다른 길
기존 모델 활용 슈퍼앱 개발 올인
오픈AI도 생태계 확장 '윈윈'

카카오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는다. 올 상반기에 선보일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인 ‘카나나’에 오픈AI의 생성형 AI를 적용하는 것이 양사 동맹의 골자다. 개발에 수천억원이 드는 자체 AI 모델을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펼쳐질 AI 앱 전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카카오와 글로벌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오픈AI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카나나에 들어갈 강력한 ‘한 방’
3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이날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4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양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을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글로벌 투어를 하고 있다. 이날 일본을 방문했고, 4일 국내 기업 및 스타트업 개발자 100명을 대상으로 비공개 워크숍 ‘빌더 랩’을 연다. 카카오는 별도 장소에서 오픈AI와의 AI 사업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제휴는 AI 분야에서 돌파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체 AI 모델부터 미세 조정한 오픈소스 모델, 해외 빅테크 모델 등을 AI 허브 플랫폼에 적용해 누구나 AI 서비스를 개발할 때 적합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AI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택할 것임을 예고했다.

AI 오케스트레이션은 여러 악기를 사용하는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AI 모델을 서비스 기능에 맞게 골라 쓰는 전략이다. 사용자의 주문에 각각 장점을 지닌 여러 AI 모델을 적용하면 연산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작업 속도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카카오의 설명이다. AI업계 관계자는 “메타의 라마처럼 오픈소스 AI 모델을 카카오가 카나나에 입힐 수는 있지만 카나나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한 방’이 필요했는데, 오픈AI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는 자사 AI 모델 ‘코GPT-2.0’ 개발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상반된 전략 ‘주목’
카카오의 전략은 토종 플랫폼 경쟁자인 네이버와 상반된다. 네이버는 일명 ‘소버린(주권) AI’를 앞세워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가대표 AI’가 없으면 미·중 AI 빅테크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논리다. AI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딥시크가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SW) 개선을 통해 가성비 AI 모델을 만들어냈다”며 “AI와 관련한 SW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네이버의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로는 카카오의 셈법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 SK텔레콤도 한국형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아마존 등과 기술 협의를 논의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AI 모델이 각종 AI 서비스의 바탕이지만 미국,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버겁기 때문에 특화 데이터, 국내 시장 노하우 등을 접목한 AI 서비스로 성과를 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만 해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주도로 오픈AI와 동맹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날 소프트뱅크그룹과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 자사 LLM을 확산하기 위해서다. 고객사가 보유한 특화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산업용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올트먼 CEO는 스마트폰을 대신하는 AI 전용 단말기와 독자 반도체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트먼 CEO는 이번 방한 기간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회동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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