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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데"…260억 반납하는 '빚덩이' 영화관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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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값 3% 떼는 영화부담금 되살리려는 여야
적자행진 영화관에…관람료 인상 명분 제공
기재부 "부담금 부활, 티켓값 인상 압박" 우려



요즘 영화관은 너저분하다. 팝콘 부스러기가 매표소 주변과 관람관 주변에서 굴러다닌다. 주말에도 영화관 좌석 절반은 비어있다. 그만큼 영화관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메가박스·CJ CGV는 지난해 9월까지 나란히 적자를 냈다. 재무구조도 큰 폭 훼손됐다. 살림살이만 보면 영화관람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는 영화관 사정에 관심이 없다. 영화관들로부터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 260억원을 다시 걷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정부 눈치에 관람료 인상을 억제한 영화관들이 이를 계기로 인상 계획을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부담금 부활을 놓고 "영화관들의 영화관람료 상승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화관인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부터 9월 말까지 2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적자가 쌓이면서 이 회사는 2020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그만큼 재무구조도 큰 폭 훼손됐다. 작년 9월 말 부채비율은 600%를 웃돌았다. 이마저도 자본으로 분류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 300억원을 반영한 규모다. CJ CGV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9월 누적으로 3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9월 말 부채비율은 400%에 육박했다.

이들 영화관 앞날은 밝지 않다. 영화상영관 부담금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으로서 영화표를 살 때마다 입장권 가격에 3%씩 붙여 징수했다. 예컨대 관객이 영화관 티켓을 1만5000원에 사면 500원가량이 부담금이다. 지난해 이 부담금은 26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영화상영관 부담금은 지난해 12월 10일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하면서 올들어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준(準)조세' 성격의 부담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부담금은 세금이 아니지만 특정 공익사업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부과하는 일종의 요금이다. 일반적 세금과 달리 영화관람료, 각종 면허 발급비에 녹아 있는 만큼 국민들은 내는 줄도 모르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조세’로 불리기도 한다.

여야는 이 같은 부담금을 되살리기로 했다. 부과금을 되살린다는 영비법 개정안이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관들이 영화 관람료를 내리지 않고 있다"며 부담금을 되살린 것이다.

영화상영관 부담금을 부담하는 건 관객이지만, 이를 납부하는 주체는 영화관이다. 영화관이 관객에게 부담금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담금을 폐지할 경우 그만큼 영화관들이 입장권 가격을 내릴 유인이 크다. 가격을 할인하지 않으면 영화관 등 업계의 수익이 늘어난다.

문제는 적자행진을 보는 영화관들이 관람료를 내릴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는 이 같은 영화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부과금 부활 계획을 밀어붙인 것이다. 정부는 영화관들이 부과금 부활을 계기 삼아 관람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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