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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 쇼크가 글로벌 산업계를 강타했다. 챗GPT에 못지않은 AI 서비스 ‘딥시크-R1’ 중국 기업이 개발했단 소식이 널리 알려지며 알파벳(구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표 AI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딥시크는 27일(현지시간) 여세를 몰아 "'야누스-프로-7B'라고 이름 붙인 '이미지 생성 기술'에서도 오픈AI 등을 제쳤다"고 발표했다. 진 판 엔비디아 수석연구원은 "훌륭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중국의 일부 기업은 더 빠르고 훨씬 저렴한 인공지능 방법을 개발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인 일이고 자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고사양이 아닌 '저사양' AI 가속기 'H800'을 쓰면서 반도체 투자(컴퓨팅) 비용을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밖에 안 썼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27일(현지 시각) 뉴욕 시장에서 16.97% 급락했다. AI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H100, GB200 등 대당 5000만원 넘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가속기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엔비디아와 함께 브로드컴, TSMC 등 AI 수혜를 근거로 주가가 급등했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동반 급락했다. 일각에선 "빅테크들이 AI 반도체 투자를 줄이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딥시크 쇼크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딥시크의 등장으로 이러한 스케일링 법칙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AI 반도체에 대한 더 많은 투자=더 좋은 AI 서비스'란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빅테크들이 고사양 AI 가속기에 대한 주문을 줄이면 엔비디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논리다. 시장조사업체 야르데니 리서치는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이 딥시크로부터 더 저렴한 GPU로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엔비디아엔 그다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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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공개한 557만6000달러라는 반도체 투자 금액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초기 투자 비용이 빠져있다는 의문이 불거지고 있다.
딥시크 자신도 '고사양 AI 가속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있다. 딥시크의 한 직원이 최근 올렸다가 지운 게시글을 보면 그는 "컴퓨팅(반도체) 자원을 제외하곤 AGI(범용 인공지능)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며 "여전히 미국과 4배 수준의 컴퓨팅 격차가 있다"고 적었다. 량웬펑 딥시크 설립자는 "미국과 중국의 컴퓨팅 격차는 반도체 수출 통제로 더욱 확대됐고 이는 딥시크의 주요 제약조건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고성능 AI 가속기(반도체)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AI 시장이 더 커지면서 투자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현재 챗GPT나 딥시크가 내놓은 서비스가 AI 기술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정도 AI 서비스에서 만족한다면, 고성능 AI 가속기에 대한 투자가 안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목표는 'AGI'로 불리는 인간 수준의 AI 개발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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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대신 딥시크를 쓰고 있다고 밝힌 팻 겔싱어 전 인텔 CEO는 " 딥시크는 세 가지 교훈을 줬는데 첫 번째는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면 시장은 더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AI가 더 광범위하게 배포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제번스의 역설(기술적 진보로 인해 자원의 효율성이 증가하면 특정 용도에 대한 자원의 양이 줄어들지만, 사용 비용 또한 감소하면서 수요가 증가해서 자원 사용량이 증가한다는 이론)이 다가온다"며 "AI가 더 효율적이고 접근 가능해지면서 그 사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판 연구원은 "딥시크가 활용한 강화학습이 더 적은 연산을 쓴다는 건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기계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기계가 학습하는 강화학습은 오픈소스와 함께 AI의 파이를 더 키우면서 인류 전체가 AGI로 나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올해 AI에 9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딥시크가 최근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지만, 업계에 알려진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저커버그가 딥시크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건 딥시크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AI 투자는 필수불가결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도 이날 로이터에 밝힌 공식 입장을 통해 "딥시크의 돌파구가 자사의 GPU에 대한 더 많은 작업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며 "AI 추론(서비스)은 상당수의 엔비디아 GPU와 고성능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HBM3는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납품하는 HBM3E보다 한 단계 낮은 버전이다. 딥시크가 활용한 H800이나 H20 같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위해 성능을 낮춘 저사양 AI 가속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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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가속기에 대한 주문이 줄어든다면, SK하이닉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GB200, H100 등 고성능 제품용 HBM은 주로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 AI 가속기 가격이 하락하면서 HBM 납품 단가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신 HBM는 일반 D램의 4배 정도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의 진단대로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된다면, HBM 수요도 중장기적으론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프로세서의 데이터 연산을 돕는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은 AI 시대를 맞아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딥시크 쇼크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이 더 고조되고, AI 투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한국 기업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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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열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최근 AI 기술의 트렌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고사양 HBM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AGI를 위해선 추론에도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면서 HBM 성장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기업 외에 국가 차원의 투자 계획도 발표되고 있으며, CES 2025에서 주목받은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 등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의 반도체 생산 시설 이전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인근 테일러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가동 시점은 2026년이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가동 목표로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외한 한국, 중국 등에서 생산한 제품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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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