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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한류스타' 한명숙,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남기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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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로 사랑받은 '원조 한류스타' 한명숙 씨가 지난 22일 오후 별세했다.

이날 가요계에 따르면 평소 지병을 앓던 고인은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인 고인은 6·25전쟁 중 어머니와 함께 월남했다. 진남포 제2여고 재학 중 태양악극단을 거쳐 1953년 미8군 '럭키쇼단'에서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이는 한 씨를 평소 눈여겨본 작곡가 손석우의 노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로 데뷔해 당대를 풍미했다.

'노오란 샤쓰 입은/말없는 그 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어쩐지 맘에 들어/미남은 아니지만/씩씩한 생김생김/그이가 나는 좋아/어쩐지 맘이 쏠려/아 아 야릇한 마음/처음 느껴본 심정 /아 아 그이도 나를/좋아하고 계실까'


1962년에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가 제작됐는데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해당 영화에서 고인은 주인공을 연기했다.

또 이 노래는 1980년대 한일관계가 개선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1983년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의 만찬장에서 이 노래를 한국어로 직접 부른 일화가 있다.

이 곡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선수단 입장곡으로 재편곡되기도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는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는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를 강타해 널리 애창되었던, 말하자면 민간외교에도 한몫한 노래"라며 "이 노래를 시작으로 한명숙은 너나없이 궁핍했던 시절, 아름다운 노래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한 씨는 이후에도 손 작곡가와 함께 '우리 마을', '눈이 내리는데'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비련십년', '사랑의 송가' 등 고인이 생전 발표한 노래는 300여곡에 이른다.

고인은 1970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를 비롯해 시댁과 친정 생계를 책임지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는 두 차례의 성대 수술을 받으면서도 1980년대 중반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에는 안다성, 명국환과 함께 앨범 '청춘! 그 아름다웠던 날들…'을 발표하며 복귀했다.

고인은 2000년 국민문화훈장, 2003년 KBS 가요대상 공로상 등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 수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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