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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별로 보면 SK의 내년 상반기 차환 물량이 6조2516억원어치로 가장 많다. 이어 롯데(4조2740억원), LG(3조1770억원) 순이다. 삼성(2조7500억원), 중흥건설(2조2600억원), 한화(1조5500억원), GS(1조4500억원)도 차환 물량이 ‘조(兆) 단위’에 이른다.
이들 차환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조달금리가 올라가거나 미매각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AA-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는 0.682%포인트로 올해 2월 21일(0.688%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국고채 대비 회사채의 인기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찾는 사람이 줄어드니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다.
24일 AA-등급(무보증·3년 만기 기준) 회사채 금리는 0.016%포인트 오른 연 3.308%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연 3.316%) 이후 가장 높았다. BBB-등급 회사채 금리도 0.016%포인트 상승한 연 9.077%로 지난달 27일(연 9.1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차전지·증권·신탁 업종의 신용등급 전망이 흔들리는 것도 우려되는 변수다. 이달 2차전지 소재업체인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신용등급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신용등급 AAA급 공사채(특수채)가 쏟아지는 것도 회사채 시장을 위축시킬 변수로 꼽힌다. 시장 유동성을 이들 특수채가 빨아들일 수 있어서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특수채는 51조7988억원어치로 나타났다. 반기 물량 기준 역대 최대다. 만기 도래 특수채 가운데 한전채가 11조9000억원어치로 비중이 가장 크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채권 순발행액도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정책금융 증가 등으로 관련 자금 조달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년 초 기관의 투자금 집행이 몰리는 이른바 ‘연초 효과’를 노리겠다는 게 기업들의 구상이다. 포스코가 이 같은 연초 효과를 노리고 내년 회사채 시장의 첫 주자로 나선다. 5000억원 조달이 목표다. LG화학도 다음달 회사채 3000억원어치를 발행한다.
자금시장 분위기가 나빠지자 40조원 규모에 달하는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프로그램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정책적 대응으로 회사채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장현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