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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겼다" 한국, 방심할 일 아냐…2030년엔 대만에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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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1인당 GDP, 2년째 日에 앞서
日정부 공식 추계서도 韓에 밀려

엔저·고령화·노동생산성 하락 탓
"향후 5년내 버블세대 60세 진입
고령자 노동 제한 규제 바꿔야"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일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80년 이후 처음이다. 2030년대에는 대만의 1인당 명목 GDP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을 이겼다’고 방심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전날 발표한 ‘2023 국민경제계산 연차추계’에서 일본의 지난해 1인당 명목 GDP는 3만3849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3만5563달러)보다 1714달러 적었다. 올해 추계에선 이미 2022년에 한국의 1인당 명목 GDP가 3만4822달러로 일본(3만4112달러)을 처음 앞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추계 때만 해도 2022년엔 일본(3만4064달러)이 한국(3만2423달러)을 앞서 있었다.

한국은 올해 6월 5년마다 정기적으로 GDP 집계 기준연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명목 GDP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일본 내각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일본 정부의 공식 추계에서 한·일 간 1인당 명목 GDP가 역전된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1인당 명목 GD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2위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1위였다.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 총액은 4조2137억달러로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였다. 명목 GDP 총액에서 일본은 2022년까지 3위였으나 지난해 독일에 밀려났다. 내년엔 인도에도 추월당해 5위로 내려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화 가치 하락이 달러화 환산 1인당 명목 GDP를 끌어내린 영향도 컸다. 내각부는 이번 추계에서 엔·달러 환율을 달러당 140.5엔으로 잡았다. 올해 1~11월 평균 환율은 달러당 151.3엔으로, 환율에 의한 GDP 하락이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올해 일본의 1인당 명목 GDP가 대만에도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은 2030년대가 되면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의 낮은 노동생산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6.8달러로 OECD 회원국 중 29위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센터는 “본질적인 문제는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한국과 대만에 크게 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전환(DX)과 리스킬링(재교육)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이 센터의 제언이다.

일본은 65세 이상이 있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다. 임금 인상 등 기업 노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는 “5년 안에 ‘버블세대’가 일제히 60세 이상이 된다”며 “고령자의 노동 공급을 제한하는 규제를 바꾸지 않는다면 가계소득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에 역전을 허용한 일본 경제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오구로 가즈마사 호세이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지 통화 기준 1인당 GDP도 2010~2023년 미국, 독일, 한국이 1.5~1.7배가량 증가한 반면 일본은 약 1.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달러화 기준 1인당 GDP가 감소한 것은 분명 엔저 영향이며, 이차원 완화가 시작된 2013년부터 1인당 GDP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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