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자 상황은 급변했다. Fed가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에 원·달러 환율이 개장과 동시에 1450원 위로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은 ‘1500원’까지 밀리는 분위기다. 내년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외환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이날 환율 움직임은 Fed의 통화정책 때문으로 분석됐다. Fed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향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혀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원화 가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는 가운데, 국내에선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0일까지 환율이 1460원 정도로 오를 수 있다”며 “연말 달러 가치가 소폭 내리더라도 내년 초에는 상승 흐름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예정된 내년 1월 전후 1500원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환 수급 안정 대책도 잇달아 나왔다. 기재부와 한은은 이날 국민연금과 체결한 외환스와프 계약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고,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한 달러를 조달할 때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환율 상승 압력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10%인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0%에서 상향한 조치인데, 오는 연말까지이던 기한을 1년 연장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 달러 선물환 매도를 통해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업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정책금융기관(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에 기업의 외화 결제 및 대출 만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 밖에 △외환 수급 개선 △연장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인프라 개선 등 외환시장 안정 및 외화유동성 확보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강진규/강현우/이광식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