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1999년부터 지속한 프랑스 르노와의 연합을 끊고,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와의 동맹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혼다로 파트너를 갈아타기로 했다는 의미다. 닛산은 지난 3월부터 혼다와의 협업을 검토했고 8월엔 혼다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협업 등 포괄적인 업무 제휴를 맺었다.
혼다와 닛산의 통합은 중국 시장 실패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혼다와 닛산의 중국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각각 31%, 1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크다. 닛산의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329억엔으로 1년 전보다 90% 급감했다. 혼다도 지난 2분기 자동차부문 영업이익이 351억엔으로 1년 전보다 72% 줄었다. 닛산이 지난달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직접적인 이유다. 그러면서 혼다에 협력의 손을 먼저 내밀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닛산이 혼다와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2010년 세계 첫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라인업이 한 대도 없다. 혼다는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 하이브리드카 브랜드지만 ‘전기차 열등생’으로 불릴 정도로 경차를 제외하면 별다른 전기차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면 단숨에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는 셈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두 회사가 합치면 판매량만 세계 3위가 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두 회사가 함께 전기차와 수소차,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을 연구개발하면 효율도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통합이 현대차·기아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한 이들 회사가 전기차(닛산)와 하이브리드카(혼다) 진용을 다 갖추고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차·기아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는 도요타와 테슬라, 신흥시장에선 중국 전기차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혼다-닛산이란 만만치 않은 경쟁사가 새로 등장하는 셈”이라며 “엔저(低)로 일본 차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생긴 점을 감안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포괄적 동맹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일본 차들이 약한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의 품질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재후/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