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230억파운드(약 41조7000억원) 규모의 장비렌트 기업 애시테드는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이전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이다. 390억파운드(약 70조7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사 플러터와 550억파운드(약 99조7000억원) 규모의 건축 자재 기업 CRH는 각각 지난 5월,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이전 상장했다. FT가 선정한 100개 기업 지수인 FTSE100 중 2020년부터 런던에서 빠져나가 해외에서 상장한 기업은 총 6개다. 이들의 시장 가치는 2800억파운드(약 507조4000억원)로, 전체 지수 규모의 14%에 달한다.
증시 매력도를 높이려는 영국 정부의 규제 해소 노력도 시장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020년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조달한 사례를 본떠 규제혁신사무소(IRO)를 설치했다. 영국 증권 중개업체 필헌트의 찰스 홀 리서치책임자는 “영국 시장이 점점 세계화되는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이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의 한 은행 임원은 “내년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자본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T는 미국 동종 기업 그룹 대비 밸류에이션, 미국 매출 비중, 북미 투자자 비율 등을 분석한 결과 유럽 증권거래소 중 런던 증시 기업이 미국으로 이탈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광산 업체 중 하나인 리오틴토, 담배 제조사 아메리칸토바코 등이 거론된다.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헬리서캐피털은 호주·영국에 동시 상장된 리오틴토에 런던 증시 상장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FTSE100 소속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FT에 “트럼프 당선인의 ‘아메리카 퍼스트’로 기업들이 상장 폐지 계획을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더 많은 영국 기업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LSEG는 “영국 시장은 현재까지 자본 조달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개혁을 목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SE100지수는 올해 7.33%, 미국 S&P500지수는 26.86% 상승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