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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암호화폐로 '中 견제·물가·국가채무' 해결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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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견제 수단으로
고관세 전략은 한계
암호화폐 전략비축 등
새로운 방법 들고나와

비트코인 보유 늘리면
달러 가치까지 상승
인플레·국가부채도 해결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 행사에 초청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례적으로 주식보다 암호화폐를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선 자금 보답 차원에서 언급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견제 수단으로 암호화폐의 중요성을 꼽았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트럼프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고관세를 통한 중국 견제를 주도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중국의 대응 방식을 보면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lex talionis) 식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맞춰 ‘가격은 가격 조치’로, ‘물량은 물량 조치’로 맞대응하고 있다.

공식 출범 전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먼저 부과하려는 고관세는 전형적인 가격 할증 정책이다. 하지만 중국이 근린궁핍화 가격 할인 정책인 위안화 약세로 대응하면 고관세 피해액이 고스란히 미국에 전가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 집권 1기 때도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1% 이상 절하해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부담을 70% 이상 상쇄했다.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를 더 빠른 속도로 매각해왔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으로 중국 국채를 매입하면 한편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미국 금융위기 수준에 준하는 양적완화(QE)를 추진하기로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 절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대회 이후 20차례가 넘는 금융완화 조치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한 단계 더 높여 양적완화를 결정했다.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 밑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졌다. ‘늪’으로 비유되는 이 함정은 금융 완화 정도가 강할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트럼프 2기에 중국 업무를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내정자 등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더 빨리 유도해 고관세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보고 2차 대응 수단으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손질하고 있다, ‘옴니버스’가 붙여진 이 법은 특정국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고관세에 이어 중국 견제 수단으로 내놓은 첨단기술 제품 수출 통제에 중국은 갈륨 등 희소광물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다. 게임 이론상 대체 정도에 따라 결과(pay off)가 달라지는 수출 통제 대결에서는 미국이 불리하다. 제3국으로 대체 여부는 첨단기술 제품보다 희소광물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오프닝 벨 행사에서 암호화폐를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도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다. 암호화폐가 대중 견제 수단이 되려면 국가의 가치 부여, 즉 스테이블 코인 문제가 중요하다. 가장 확실한 디지털 법정화폐(CBDC)를 도입하는 방안에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는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달러 위상을 강화해 세계 자금을 끌어들여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BDC를 도입하지 않고 국가가 암호화폐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은 ‘준비자산’(reserve asset)과 ‘전략비축’(strategic stockpile)이다. 전자는 암호화폐로 기존 외화 보유 자산인 금 등을 대체하는 방안이나 Fed가 허락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노믹스 2.0의 가이드라인인 ‘프로젝트 2025’에 Fed 폐지 혹은 개편안이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후자는 트럼프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전략비축이란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3개월 치 원유를 전략비축 자산으로 보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중국 견제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얼마든지 전략비축 자산에 포함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전략비축 자산으로 포함되면 법정통화인 달러를 담보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과 비슷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조건이 충족돼 현재 20만 개 정도인 비트코인 보유량을 신시아 루미스(공화당 상원의원·와이오밍)의 법안대로 100만 개 이상으로 늘리면 달러 가치까지 상승해 트럼프 집권 2기의 또 다른 과제인 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기축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보면 미국에 맞대응할 수 있는 ‘눈과 이’의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트럼프의 암호화폐 공약이 역대 최대 규모의 ‘펌프 앤드 덤프’(Pump and Dump·가격을 띄운 뒤 일거에 매도)가 될 것이라는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암호화폐의 추세 전환점이 될 확률이 높다.

오늘의 신문 - 2024.12.1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