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돈도 떠나니 한국은 글로벌 증시 랠리에서 소외됐다. 급기야 케이뱅크 등 몇몇 기업은 국내 증시 상장을 포기했다. 야놀자, 토스 등 유망 기업은 미국 증시로 떠날 채비를 갖췄다.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히면 기업은 은행 대출에 매달려야 한다. 대출이 늘면 이자 부담이 커져 결국 재무 상태가 악화된다. 그렇게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다시 조달금리를 끌어올린다. 악순환 구조에 빠진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당수 기업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중간배당을 늘리고 배당 성향을 높이는 식으로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밸류업을 통해 주가가 올라도 투자자들이 떠나기는 마찬가지다. 이참에 보유 주식을 정리하고 수익률이 훨씬 높은 미국 증시로 떠나는 투자자가 한둘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 8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내년부터 배당금을 25% 늘리고,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순이익의 35%를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현대차 혁신의 정점은 CEO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맡긴 것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처음이다. “현대차가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트럼프 2.0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경영 투명성은 물론 기업 문화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확 바뀔 것이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장 현대차 주가는 증시 침체 탓에 기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 내놓은 기업가치 제고 작업이 하나둘 현실이 되면 주가가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게 진정한 밸류업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