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훈풍 속에 공사채 폭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공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내년 65조원에 달하는 만기 도래 공사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다른 채권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사채(특수채) 순발행액은 5조9812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3조2599억원)와 비교해 2조원 이상 늘어났다.
하반기 들어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상반기에는 월별 만기 도래 공사채 물량이 3조~4조원대에 그쳤다. 반면 하반기에는 매달 5조원대가 넘는 공사채 만기가 돌아왔다. 특히 이달 만기가 예정된 공사채 물량은 7조9379억원에 달한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최대 규모다.
한국전력 채권(한전채)이 공사채 발행 시장을 주도했다. 한전은 지난달 3조5000억원어치 한전채를 찍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2조1900억원, 2조1000억원어치를 찍은 뒤 지난달 발행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도 1조4000억원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공사채 급증세가 지속되면 다른 채권 투자 수요를 흡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용등급 AAA급 우량 공사채 발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 회사채의 인기가 떨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공사채 폭탄이 시장에 더 쏟아진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공사채는 총 65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56조1000억원)와 비교해 9조3000억원 늘어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의 채권 발행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이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처음으로 채권시장에 데뷔했다. 공공주택 공급 및 정책금융 확대 등의 영향으로 이들 공공기관의 채권 순발행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채권시장의 최대 변수는 공사채”라며 “특히 부동산경기 부진 속 정책 사업의 역할이 커진 부동산 관련 공공기관의 채권 발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