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자체 인공지능(AI) 칩을 장착한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성능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 기업이 아니라 AI 기업이 되겠다”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뜻에 따라 AI와 도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도조에는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AI칩 ‘D1’과 HBM이 함께 들어간다. 도조의 초기 모델에 3세대 HBM인 HBM2E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HBM4 공급을 요청한 건 도조의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그에 걸맞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동시에 AI 모델을 효과적으로 훈련하려면 고성능 HBM은 필수여서다. HBM4가 테슬라가 개발 중인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HBM4 시장 선점을 위해 올인하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서 2027년엔 330억달러(약 44조원)로 커진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AI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를 잡으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파운드리 사업부뿐 아니라 경쟁사인 대만 TSMC와도 손잡기로 했다. 삼성이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던 HBM 설계 및 생산, 파운드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턴키’(일괄 수주) 능력을 앞세우기보다 고객이 원하면 HBM4만 직접 설계·생산하고 베이스다이 제작은 TSMC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한발 앞선 SK하이닉스도 HBM4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향후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등 AI와 관련한 엄청난 물량을 추가로 따낼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다른 테크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제품도 나오지 않은 HBM4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