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 후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금융·중소형주·소프트웨어 ETF 등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뭉칫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프트웨어 ETF의 자금유입과 반도체 ETF 자금유출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인공지능(AI) 랠리가 소프트웨어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지수형 ETF 중에서는 중소형주 중심의 ‘아이셰어즈 러셀2000’(IWM)의 순유입액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55억5320만달러가 몰려 1주일 기준 올 들어 최대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확정 다음날인 지난 7일에만 약 39억3745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2007년 6월 28일 이후 하루 기준 최대 유입금액이다.
금융주와 중소형주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중을 늘려야 하는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예상돼서다. 중소형주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법인세율 인하 공약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집권 초기에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수익률이 높았다.
올해 AI 반도체 등 하드웨어 기술주의 랠리로 트럼프 당선 확정 전까지 올해 들어 13억2840만달러가 빠지며 외면받았지만 순유입세로 돌아선 것이다. 반도체주를 담은 반에크 세미컨덕터(SMH)는 트럼프 당선 후 1주일간 9억92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도체 고율 관세 부과 정책에 AI랠리가 관세에서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