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요즘 술렁인다. 이달 말부터 이어지는 인사이동에 관심이 쏠려서다. "아무개 국장이 어디로 이동한다"는 복도통신과 받은글이 쏟아진다. 들떠있는 금융당국과 달리 자본시장은 '초비상' 상태다. 코스피지수는 나홀로 내림세를 보인다. 삼성전자가 '4만전자'로 흘러가면서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올들어 밸류업 정책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흔들리는 증시에도 방관자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출렁이는 증시는 외부적 요인 탓을 하고, 흔들리는 밸류업 정책엔 다른 부처 탓을 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1.07포인트(2.06%) 내린 2431.5를 기록 중이다. 나흘 연속 내림세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나란히 순매도한 결과다. 개인 투자자가 나홀로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시장 하락세는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2시 25분 기준 3.77%(2000원) 내린 5만1000원에 마감했다. '4만전자'가 코앞이다. 이날까지 나흘 연속 내림세로 1년 최저가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외국인이 이날까지 11일 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도한 영향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증시의 출렁임은 파급력이 상당하다. 국내 증시에서 투매한 외국인은 주식 판 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뒤 1410원을 돌파해 1410원60전까지 뛰었다. 장중 환율로는 2022년 11월 7일(1413원 50전) 이후 가장 높았다.
증시 출렁임은 기업과 소비 심리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만 지난 6월 말 424만7611명에 달했다. 이들의 자산에도 타격을 주는 만큼 나빠진 소비 흐름은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국은 라오스를 제외하면 아시아 증시 가운데 올들어 유일하게 내림세를 기록했다. 올들어 밸류업 정책을 들고나온 정부와 금융당국이 멋쩍은 상황이다. 하지만 의미 없는 인세티브와 패널티만 담긴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은 끊임없이 시장의 의심을 샀다. 한국거래소가 설계한 '밸류업 지수'에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컸던 이수페타시스와 두산밥캣이 담기기도 했다.
밸류업에 대한 의구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세법 등의 밸류업 인센티브를 다른 부처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거나 "야당에 막혔다"고 하는 등의 남 탓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부처와 야당을 설득하려는 의욕과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당국은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영향으로 시장이 발작했다"거나 "코스피 3500선은 거품이고, 그전에도 증시는 2000~2500선을 오락가락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박스권'을 뚫기 위해 밸류업 정책을 주도한 당국으로서는 다소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오후 2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경각심을 갖고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 이후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