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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 공세' 어쩌나…"한국 설 땅 사라졌다" 무서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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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추격에…韓 고마진 화학제품도 위태
에틸렌 마진 한달 만에 추락

中기업 유휴설비 재가동 나서
내수 소화불량…韓에 쏟아내
에틸렌 스프레드 한 달 새 16%↓
"스페셜티도 안전지대 아니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덕분에 ‘반짝 반등’했던 석유화학 시황이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경기 부양 기대감에 중국 기업들이 유휴 설비 재가동에 나서자 또다시 범용 제품 중심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져서다. 중국 기업들이 설비 증설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몸살을 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스페셜티 제품(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았던 국내 기업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달 만에 고꾸라진 마진
11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시황을 가늠하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지난달 t당 평균 148.42달러였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50~300달러가 손익 분기점으로 통한다. 이보다 낮으면 에틸렌을 팔아도 돈이 안된다는 얘기다. 에틸렌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쓰는 기초 제품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t당 188.05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7월 128.57달러로 추락했다. 바닥을 찍었다는 관측에 8월엔 t당 152.65달러까지 올랐고,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9월엔 t당 176.33달러로 뛰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을 기대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자 한 달 만에 미끄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을 의식한 중국 기업들이 연말까지 가동률을 낮출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생산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 에틸렌 자급률은 95.6%였다. 한때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최대 수출 무대였던 중국에서 한국이 설 땅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에틸렌 설비를 계속 증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에틸렌 생산설비는 연 171만3000t가량 늘어난다. 2025~2027년엔 누적 2546만t의 설비가 확대된다. 이 중 61%는 중국 기업 몫이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이 물량을 소화하기 힘든 만큼 상당량은 한국에 쏟아진다.
스페셜티마저 따라잡히나
한국 석유화학 기업의 유일한 생존 해법으로 꼽히는 스페셜티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은 범용 제품에선 중국과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아직 국내 기업이 기술적으로 앞선 스페셜티에 힘을 줬다. 하지만 중국 기업 역시 범용 제품으론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스페셜티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태양광 필름에 쓰이는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탄소섬유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영향은 스페셜티 위주로 사업 구조를 바꾼 국내 기업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합성고무 분야에 특화한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줄었다. 상대적으로 스페셜티 비중이 높은 LG화학도 3분기 석화 부문에서 382억원 적자를 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로 한발짝 앞서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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