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 태성은 PCB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1위 회사다. 기판 표면에 여러 약품 처리를 한 뒤 이를 세정·건조하는 습식장비 제조에 전문성이 있다. 삼성전기 LG이노텍 영풍전자 대덕전자는 물론 세계 PCB 1위인 폭스콘의 자회사 펑딩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는 복합동박장비를 선보였고 지난 1일엔 유리기판 식각(에칭)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공개했다.
경기 안산 본사에서 만난 김종학 태성 대표는 “유리기판은 깨지기 쉬운 데다 휨, 정전기 발생 등으로 파손 확률이 매우 높아 양산에 성공한 곳이 없었다”며 “우리가 개발한 장비는 기판을 한 장씩 비접촉으로 옮겨 휨, 크랙, 정전기 등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태성이 개발한 유리기판 에칭 장비는 글라스 관통 전극 제조(TGV·through glass via) 이후 필요한 식각, 노광, 현상 등의 공정에서 쓰인다. 각 공정을 이어 붙여 16m 길이 장비를 만들었는데 고객사 요청에 따라 더 길거나 짧게 설계할 수 있다. 구리 식각, 티타늄 식각 등으로 샘플 장비를 제조했지만 약품을 변경하면 유리기판의 전처리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유리기판을 한 장씩 수납해 깨지거나 휘지 않게 했고, 유리를 옮기는 롤러와 접촉하면서 깨지지 않도록 특수소재 소켓(지그)을 자체 개발했다”며 “지난해 글로벌 PCB업체의 요청으로 1년여간 개발했고 연내 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반도체업계에서 현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팽창계수가 낮아 고온에 휘거나 변형될 우려가 작고, 매끈한 표면에 미세회로를 구현하기 용이해서다. 하지만 제조공정 중 금이 가거나 휘고 깨지는 등 양산이 어려웠다. 김 대표는 “양면 에칭 기술, 맞춤형 장비 설계, 크랙 감지 센서, 건조 후 정전기 방지 처리 등 다양한 태성의 기술을 접목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유리기판 장비뿐 아니라 복합동박장비도 고객사 요청으로 개발했다. 2022년 중국 배터리업체가 요청해 개발한 복합동박장비는 기존 제품보다 원가를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르면 이달 중국 고객사와 판매 계약을 할 계획”이라며 “유리기판 장비도 일본 기업이 샘플 테스트를 하는 등 신사업 장비 판매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 매출은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그는 “PCB 유리기판 제조업체들이 내년까지 투자하고 2026년부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 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복합동박장비, 유리기판 장비 생산을 위한 충남 천안 제2공장이 내년 7월 완공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태성은 한 달에 14대의 유리기판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시연회에서 공개한 시제품의 가격은 30억원대로, 맞춤 설계에 따라 가격은 더 비싸질 수 있다.
실적도 자신했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323억원의 매출과 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보다 매출은 61.8% 늘었고 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안산=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