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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수출 가격 더 떨어질 것…韓, 무역 경쟁서 매우 불리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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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韓 잠재성장률 연 2%대로
무역 분열로 세계 산출량 감소
혁신·이민 등으로 생산성 높여야
전국민 노동 참여로 고령화 대응

국가부채 60%이하 유지해야
한국 공공부채 크지 않지만
장기적 재정 압박 문제 중요
가계부채 비중은 亞서 높은 편

기술수출 증가는 긍정적
强달러 지속땐 中이 수출 유리
혁신 통해 고급기술로 앞서가야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그다음 타격을 받을 아시아 국가는 한국입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사진)은 최근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과 교역량이 많은 한국은 무역 분열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연 2%대로 떨어지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과 이민 확대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국이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에 직면한 만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을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갈등이 확산할 조짐입니다.

“미·중 통상 갈등이 시작된 뒤에도 두 나라에 대한 아시아 국가의 수출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국가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역 분열로 세계 산출량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길게 보면 무역 갈등은 전 세계에 손실을 줍니다. 일부 지역과 국가에는 그 영향이 더 클 겁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는 어디입니까.

“중국입니다. 그다음은 한국입니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3분기 경제 수치에서도 이런 영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한국의 3분기 수출 실적을 보면 기술 제품 수출이 둔화했습니다. 고사양 반도체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저사양 반도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고사양 반도체 수출을 늘리는 식으로 상황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는 무역 갈등이 빚어낸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한국에선 ‘피크 코리아’ 우려가 큽니다.

“거시경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히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좋고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으며 공공부채 수준도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습니다. 작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4%지만 기술 부문 수출이 늘어나 올 상반기엔 2.7%를 기록했습니다. IMF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한 배경입니다.”

▷문제는 없습니까.

“지난 3분기 한국 경제는 다소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년 한국 성장률은 2.2%로 예측되는데, 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성장률이 2%대로 둔화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이를 개선하려면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합니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로 생산성을 개선해야죠. 그러면 잠재성장률도 높일 수 있습니다.”

▷고령화도 문제입니다.

“저는 한국이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여성을 포함한 전 국민의 노동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다지 환영받는 방식은 아니지만 외국 인력을 수혈하는 방향도 있습니다.”

▷정치적 논란이 있을 텐데요.

“어느 국가에서든 이민자를 늘리는 해결책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경제학자로서 가능한 방법을 얘기할 뿐입니다. (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들이 나서서 해결할 부분입니다.”

▷공공부채 비율도 늘고 있습니다.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시아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공공부채 비중이 커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2007년과 현재의 부채 수준을 비교해 보면 이 지역 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일본의 부채 비율은 250%를 넘어섰고, 중국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52%에 불과해 높은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왜 우려가 나올까요.

“한국이 마주한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인구는 급격히 고령화하고, 생산성이 감소한다는 문제가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에 따른 장기적 비용과 재정적 압박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는 재정적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부채의 절대적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재정 압박을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국가부채 수준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GDP의 60% 이하로 유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지출하는 것은 쉽지만,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마구잡이로 예산을 집행해서는 안 됩니다. 재정적으로 방탕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기적인 재정 압박을 감안해 건전재정을 이어가야 합니다.”

▷가계부채 우려도 있습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중은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높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금융자산이 뒷받침돼 있고 돈을 빌린 이들의 소득 수준도 좋은 편입니다. 충분한 신용이 있는 사람이 주택을 사들이려고 대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깁니다. 이는 대차대조표 위험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이려면 (한국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거시 건전성 도구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수출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올해 상반기 기술 부문 수출이 늘어서 한국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2.7%)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밑돌았지만 약세였던 소비가 회복돼 국내 수요가 늘고 있는 점, 기술 수출이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입니다. AI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추세와 그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요.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매우 낮습니다. 근원인플레이션은 0.1%, 헤드라인인플레이션은 0.4%입니다. 이는 수출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현 추세(달러 강세)대로 이어진다면 중국의 수출 가격은 더 떨어질 겁니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같은 나라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확실히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죠. 또 저사양 반도체 시장에선 중국의 점유율이 갈수록 커질 겁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고사양 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한국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혁신을 거듭해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야 중국 같은 저비용 생산 국가뿐만 아니라 대만 같은 고급 기술 생산 국가와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한은의 최근 금리 인하는 적절했습니까.

“한은은 통화정책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물가는 확실히 안정되고 있지만, 금리를 너무 빨리 떨어뜨리면 주택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키워 가계부채를 늘릴 위험이 있습니다. 한은은 물가가 떨어지고 주택 가격 상승세도 꺾였기 때문에 더 수용적인 정책(금리 인하)을 펼칠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목표의 균형 사이에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올 아·태 성장률 4.6%…금융불안 등 위험 늘어"
IMF, 아태 지역 경제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 긴장, 금융 불안정, 인구 고령화 등 위험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지역경제전망(REO) 보고서를 발표했다.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태국장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선 올해 아태지역 성장률을 상반기 전망치(4.5%)보다 0.1%포인트 높은 4.6%로 예상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상반기에 예상보다 수출이 많이 늘어나 성장률이 개선된 것을 반영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에서 아태지역 기여분은 60%로 집계됐다.

IMF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4.8%로 예상했다. IMF는 1분기 민간 소비가 강했던 점을 반영해 지난 7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5%로 높였으나 2분기 국내 수요가 실망스러웠다며 다시 낮췄다. IMF는 “중국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저조하다”며 “내년에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잠재성장률은 후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내년 중국 성장률 예상치를 4월 전망(4.1%)보다 높은 4.5%로 조정했다. 인도는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로 농촌 소비가 늘고 있다며 올해 7%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에 따른 무역 조건 변화를 언급했다. 보고서에서 “무역 분열 효과는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신흥 시장으로 수출 지역을 변경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가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데도 무역 패턴이 변화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인 공급망이 늘어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 스리니바산 국장은…

△미국 인디애나대 졸업
△인도 델리경제대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국제금융 박사
△1991년 세계은행 컨설턴트
△1994년 국제통화기금(IMF) 입사
△2014년 서반구 담당 부국장
△2021년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
△2022년~현재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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