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주택 매도 후의 매도인과 신탁계약의 위탁자는 더 이상 소유자가 아니라 제3자에 해당한다. 이처럼 소유자가 아닌 제3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발생할 때 임차인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특히 담보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신탁하거나 유언대용신탁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신탁하는 경우처럼 신탁등기된 부동산을 거래하는 경우 등기부상 소유자가 아닌 위탁자와 계약을 체결해도 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등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오직 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할까. 판례는 임대주택 소유자가 아니지만 적법한 임대 권한을 가진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때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인정하고 있다. 대항력이 인정되고 확정일자를 갖추면 임차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도 인정될 수 있다. 소유권자가 아니면서 임대 권한이 있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임대차 보증금은 소유자가 아닌 임대 권한이 있는 임대인에게 반환 책임이 있다.
위 사례에서 매매계약상 매도인의 경우 소유권 이전등기 전까지는 정당한 임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유권이 매수인으로 이전된 이후에는 매도인에게 정당한 임대 권한이 없고, 이에 따라 매도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임차인은 매도인이 매수인로부터 임대 권한을 받음으로써 정당한 임대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등기부상 신탁된 부동산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아니라 해당 주택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임차인으로서는 마찬가지로 그 위탁자에게 정당한 임대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임차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시 등기소의 신탁원부를 통해 임대인의 임대 권한을 확인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유언대용신탁을 체결하는 다수의 금융회사에서는 임대 권한이 위탁자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서류를 발급해주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위탁자의 임대 권한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위탁자가 자신의 주택을 신탁회사에 담보목적으로 신탁하고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으면서 금융회사를 1순위 수익자로 정하는 신탁인 담보신탁의 경우 대부분 등기부상 소유자인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야지만 위탁자 명의로 신탁부동산 임대가 가능하도록 약정하고 있다. 따라서 담보신탁된 부동산의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임차인은 직접 또는 중개계약일 때 중개인을 통해 등기소의 신탁원부 확인뿐만 아니라 수탁자의 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임차인이 등기부상 소유자 외의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해도 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임대인에게 그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곽종규 국민은행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