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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질주'에 순풍 될 성과연동 임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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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타결로 내년 도입
현대차 노조도 고민 해야

김진원 산업부 기자

지난 8일 기아 경기 화성공장. 기아 노동조합 산하 5개 지회 가운데 가장 큰 사업장인 이곳에선 하루 종일 치열한 선전전이 펼쳐졌다. ‘2024 단체교섭 노사 2차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진행됐기 때문이다. 노조원 1만1844명이 공장 내 구내식당 등에 마련된 10개 투표소에서 신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지난달 12일 있었던 1차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는 화성지회에서 나온 무더기 반대표로 부결됐다. 이번 2차 잠정 합의안의 승부처도 화성지회가 될 전망이었다. 오후 6시50분께 나온 화성지회 투표 결과는 찬성 58.6% 가결로 종료됐다. 2021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로 기아 임단협이 타결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타결로 기아 노조는 1인당 ‘성과금 500%+격려금 190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주식 57주’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보상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대기업 ‘귀족 노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쏟아진다. 하지만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도 있다’는 글로벌 기업의 스탠더드를 따른 것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번 기아 임단협이 우리 노동계에 던지는 화두는 따로 있다. 내년부터 노조 소속 일반직(사무직) 매니저(사원·대리급) 2600여 명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매년 기본급 인상분의 최대 두 배(연간 100만원 이상)까지 차등을 둘 수 있게 하는 ‘성과 연동 임금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현장직 노조도 이번 임단협 가결을 통해 사측과 뜻을 같이했다.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호봉제에 기반한 낡은 보상 체계로는 안 된다는 사측의 제안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성과 연동 임금제 대상이 되는 직원은 전체 임직원의 7.4%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변화에 중요한 씨앗이 될 것이다. 호봉제의 나라로 유명한 일본의 도요타조차 최근 성과 연동 임금제를 도입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 2위인 폭스바겐그룹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국 내 값비싼 노동력에다 중국 전기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밀려 부득이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의 고용 기여율이 높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자동차 강성 노조는 올 6월 연구·사무직 매니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는 내용의 임금 체계 개편을 무산시켰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대차 노조가 위기의식을 갖고 함께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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