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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된 韓증시…美빅컷·中부양책 안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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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증시 중 '꼴찌 수준'
전쟁국인 러시아보다 낮아

반도체·2차전지에 쏠린 코스피
대장株 흔들리면 지수도 '털썩'

외국인 두달새 10조원 팔아치워
버팀목 개인들도 美증시로 이탈
일평균 거래량도 5년만에 '최저'
금투세 논란 커지며 활력도 잃어

글로벌 증시는 상반기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미국의 거대 기술주를 중심으로 랠리를 펼쳤다. 하반기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과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불을 지폈다. 하지만 한국 증시는 상반기 AI 열풍에도, 하반기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 호재에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바닥을 기던 중국 증시까지 반등하자 한국 증시의 소외감은 더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2차전지 등 특정 종목군에 과도하게 쏠린 국내 증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내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국내 증시의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개인 증시 이탈에 지수 휘청
지난 7월 초 2900선을 넘보던 코스피 지수가 다시 2500선으로 내려앉은 건 ‘반도체 겨울론’의 직격타를 맞은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론’까지 부각되자 외국인 투자자는 빠르게 국내 증시를 이탈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반도체 증시’로 여긴다”며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한국 증시도 내던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8월 ‘블랙먼데이’ 이후에도 국내 증시는 눈에 띄게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8월 5일 대비 6.25%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나스닥지수(12.28%)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6.63%), 일본 닛케이225지수(22.87%) 등에 비해 낮은 회복률이다.

코스닥지수는 시총 최상위에 자리한 2차전지 업황에 발목을 잡혔다. 유가증권시장으로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엔 2차전지와 바이오, 게임주 정도만 남은 탓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에 들어서면서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잇달아 급락하자 코스닥지수는 ‘글로벌 꼴찌’라는 굴욕을 맛봤다.

수급도 크게 흔들렸다. 8월 5일 이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999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삼성전자를 10조44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호실적 발표에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순매도 행렬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증권시장 수급이 텅 비었다”고 표현한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마다 개인이 물량을 받아줬지만 최근엔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을 떠나 해외 증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1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루평균 거래량 5년 만에 최저
금투세 도입 논쟁이 길어지면서 국내 시장이 급격히 활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세 대상자인 국내 투자자의 ‘상위 1% 큰손’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 증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올해 하루평균 거래량은 201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줄이고 눈치만 보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코스닥시장의 좀비기업들이 제때 퇴출되지 못하고 시장 몸집만 불리는 상황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을 제외하고 2019~2023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이 172개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의 약 10%가 부실기업이란 얘기다.

코스닥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반등을 예상하며 코스닥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인 개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개인은 올 들어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4546억원어치 사들였다. 올해 개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파생형 ETF 중 순매수 금액 1위다. 올해 수익률은 -18.65%로 부진하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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