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0일까지 주담대 증가액은 3조67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지난달 증가액은 8월(8조9115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도 전달 대비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24일 기준 5대 은행 전세대출 잔액은 117조8060억원으로 지난달 말 118조8362억원에 비해 1조302억원 감소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본격적인 대출 제한이 이달부터 시행되면서 시차를 두고 주담대 증가세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열기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연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연초 하락세를 보이던 주택매매가격은 6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매매가격지수가 높아지면서 지난 8월 말 기준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2023년 말 대비 0.6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1.99% 상승하며 전국 상승률을 주도했다.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지난달부터 대출 여력이 크게 줄었다. 1억원 연봉자는 은행에 따라 최대 9000만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은행권(국내 은행 16곳) DSR 단계별·만기(30년·40년)별 대출금액 변동 내역’에 따르면 2단계 규제 시행 후 은행별 한도가 작게는 4500만원, 많게는 9300만원가량 축소됐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대출 한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의 40년 만기 주담대 한도는 1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 8억2150만원이었지만 2단계 시행 이후 한도는 9300만원 줄어든 7억2850만원으로 파악됐다. 40년 만기 주담대 기준으로 신한은행 한도가 6950만원, 국민은행 6504만원, 우리은행 6480만원, 하나은행이 5700만원 줄었다.
정점에 달했던 대출 열기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전반적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대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부동산 공급 대책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 이후 다시 대출 수요가 살아날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지난달 말 일제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 역시 주담대가 크게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