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돈 풀기’에 나서자 글로벌 자산시장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2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미국은 내년까지 추가 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고, 내우외환에 직면한 중국은 이례적으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 연착륙을 위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간 미국이 숨통을 틔워준 사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도 광범위한 부양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본격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뛰어들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 조치에 따른 영향이다. 인민은행은 이날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전월 대비 0.3%포인트 낮춘 연 2%로 하향 조정하면서 3000억위안(약 57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인민은행이 19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직접적인 돈 풀기에 나선 셈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전날 유동성 공급을 포함해 부동산 투자 완화, 증시 안정 제도 신설 등 패키지 경기부양책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인 중국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에 전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고,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경제 연착륙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인민은행의 ‘깜짝 경기부양책’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또 다른 호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2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주식시장뿐 아니라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시장에까지 온기를 퍼뜨리고, 원자재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이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국의 부진한 건설·제조 업황으로 급락세를 보이던 철근과 비철금속 가격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상하이선물거래소에서 철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43% 오른 t당 3134위안에 계약이 체결됐고, 구리(4.3%) 은(4.84%) 백금(3.27%) 아연(4.44%) 알루미늄(2.61%) 등 비철금속 가격도 모두 올랐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을 위해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고 즉각적이었다”며 “연말 추가적인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일방향적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1월 미국 대선 등 변수가 많아 자산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김은정/김인엽 기자 kej@hankyung.com